검찰이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운용하면서 2078억원의 횡령·배임 및 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18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지난 5월21일 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나선지 59일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이 회장에게 국내외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하며 546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를 적용했다.
CJ그룹의 국내외 자산 963억원을 횡령하고 일본 도쿄의 빌딩 2채를 구입하면서 회사에 56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도 포함됐다.
수사 결과 CJ그룹이 1990년대 말 이후 조성한 국내외 비자금은 6200억원대로 파악됐다. (국내 3600억원, 해외 2600억원)
이 비자금에는 선대(先代) 상속 재산과 회삿돈 횡령액, 차명주식을 매입·관리하면서 불린 재산이 혼재돼 있다.
지난 2008년 국세청이 CJ그룹의 차명재산을 조사하던 당시 그룹 측이 신고한 차명재산 규모는 30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비자금과 관련해 이 회장은 로이스톤 등 4개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CJ 주식을 거래해 조세 215억여원을 포탈하는 등 총 7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 546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또 인도네시아 법인 등에 근무하지도 않은 임원의 급여를 준 것처럼 꾸는 방법으로 해외법인 자금 115억여원을 횡령했다.
이 회장 개인 소유의 건물 2채를 일본에서 구입하면서 일본 현지법인을 담보로 제공하고 연대보증을 세워 244억여원을 횡령하고 569억여원의 배임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으로 CJ 주식을 거래하면서 238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했으며 CJ 법인자금 603억여원을 횡령하고 그 과정에서 법인세 33억여원을 내지 않았다.
CJ그룹은 회장실 산하에 그룹 총수의 개인 재산을 관리하는 전담팀을 두고 조직적으로 수천억원의 국내외 비자금을 조성·관리해온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관리를 총괄한 '금고지기' 역할을 한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을 지난달 27일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한 데 이어 이날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추가 기소했다.
또 이 회장의 범죄에 가담한 성모 부사장과 하모씨, 배모씨 등 CJ그룹 전·현직 임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현재 중국 체류 중인 전 CJ 재무팀장 김모씨를 지명수배하고 기소중지 조치했다.
국세청에는 CJ그룹 범죄 관련자들의 세금 포탈액을 추징하도록 관련 자료를 통보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재벌 총수의 대규모 역외탈세 범죄를 최초로 규명했다는 의의가 있다"며 "대기업 총수가 상장기업을 사유화해 법인자금을 불법 착복하고 거액을 탈세한 범죄를 엄단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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