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관광진흥확대회의
부가세 환급 "세수 감소" 기재부 반대 설득
관광경찰대 신설…명동·이태원 등 배치
정부가 17일 제1차 관광진흥확대회의를 통해 밝힌 내용은 한국관광산업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파악해 관련 규제를 풀어 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활성화하자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관광을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3년 오일쇼크 때 이후 처음 나온 조치다. 이번 방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등 13개 부처가 칸막이를 걷어내고 공동의 방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관광 진흥을 위해 최초로 도입되는 외국인의 호텔 숙박비 부가세 사후환급 조치다. 이번 부가세 환급은 호텔 숙박료에 붙는 10%의 부가가치세를 귀국 시 공항에서 돌려주는 것으로, 과거 상품 구입에만 해당됐던 것을 호텔 숙박이라는 무형의 서비스에 처음 적용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호텔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관광업계에선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세수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부가세 환급으로 500억원 이상의 세수가 줄어든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으나 문체부에서 관광객이 늘어나면 세수 감소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득해 제도 도입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부가세 환급이 실질적인 관광객 증가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 관광업계의 시선이다.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지난해 11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도 저가여행 바가지요금 등 ‘관광한국’의 이미지를 저해하는 요인들이 지속적으로 되풀이돼 왔기에 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지방경찰청 내에 관광경찰대를 신설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서울 명동과 인사동 이태원에 배치하기로 했다. 외국인 대상 관광범죄를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불과 1개월 동안 외국어와 소양교육만으로 관광경찰이 양성된다면 관광경찰로서의 전문성은 물론 관광객 대상의 관광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해 여행사와 가이드에 유착해 리베이트를 제공해 온 외국인 전용 쇼핑센터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쇼핑센터들이 저가 관광상품의 온상이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강원 평창의 알펜시아 등 부동산 투자 이민제 적용지역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도 눈에 띈다. 이들 지역에 콘도미니엄의 외국인 1인 분양을 시범 허용키로 한 것. 기존에는 주거용으로 사용이 금지된 콘도미니엄은 외국인들에겐 객실당 5명 이상에게 분양해야 하는데 이번 조치로 한국 이민을 원하는 외국인은 단독 소유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다. 현재까지 분양 부진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평창 알펜시아 관광단지가 이번 조치로 혜택을 보게 됐다.
외국 자본의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신설허가를 ‘선결정 후투자’에서 ‘선투자 후선정’의 공고방식으로 바꾼 것도 주목된다. 국적 크루즈에는 외국인 카지노를 허가해 국내 크루즈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보여 카지노 문제가 관광산업 육성에 주요 화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김철원 경희대 호텔관광대학장은 “전체적인 내용은 그동안 양적 성장에 치중했던 관광정책의 일대 전환을 예고한 것”이지만 “창조경제 측면에서 관광벤처나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과감한 지원책이 빠진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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