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올림픽 금메달 사관학교'이끄는 황해도 삼성테크윈 명장
기능올림픽에 3명 보내 金2·銀1…7년간 金7개 등 메달 11개 획득
나로호 발사체엔진 개발도 맡아
“전 철공소에서 맞으며 기술을 배웠죠. 그러나 지금은 인성부터 가르칩니다.”
‘기능올림픽 메달 제조기’로 유명한 황해도 삼성테크윈 기술명장(53·부장). 최근 경기 판교 삼성테크윈 본사에서 만난 황 부장의 첫 마디는 의외였다. 기술보다 ‘인간됨’이 먼저라고 했다. ‘장이’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났다.
삼성테크윈은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 선수 3명을 내보내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따냈다. 2007년 기능올림픽 훈련센터를 세워 우수 기술인을 양성한 지 7년 만에 벌써 금 7개, 은 3개, 동 1개 등 모두 11개의 메달을 땄다.
황 부장은 훈련센터에서 이들 메달리스트를 키워낸 주인공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1976년 중학교 졸업 후 철공소에 견습공으로 들어간 그는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기계를 접했다. “그땐 아무도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선배 기계에 손댔다가는 두들겨맞기도 했습니다. 몰래라도 기계를 만져야 했기에 한밤에 일어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손재주를 눈여겨본 철공소 사장은 그를 창원 한백직업훈련원에 입학시켰다. 그곳에서 국제기능올림픽(선반) 출전 한국인 1호인 정만용 씨를 스승으로 만났다. 연일 훈련에 집중한 그는 1981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3년간 훈련을 마치고 다시 철공소로 돌아간 황 부장은 1983년 손가락을 크게 다친 뒤 기계를 포기하고 배추 장사에 나섰다. 보다못한 아내가 스승인 정씨에게 연락했다. “스승께서 PVC 파이프를 들고 찾아왔어요. ‘손에 기름 묻히기 싫으면 죽어라. 쇠쟁이, 기름쟁이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에 다시 기계 앞에 섰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삼성테크윈에 입사한 그는 구룡 다연장로켓, 현무·나이키 미사일 등을 만들었다. 야간기능대학을 다니며 기능장 자격을 땄고 2003년 삼성테크윈에서 세 번째로 ‘대한민국 명장’이 됐다. 2004년 석탑산업훈장, 2005년 신지식인으로 선정됐고 나로호 인공위성 발사체 엔진 개발도 맡았다.
그는 2007년부터 후진 양성에 나섰다. 황 부장은 ‘인간됨’을 먼저 강조한다고 했다. “선발돼 훈련센터에 들어올 정도면 선수들의 기량은 대부분 뛰어납니다. 그래서 전 인성을 강조합니다. 제가 생산현장에 37년간 있어보니 인성이 좋은 사람이 품질, 생산성에서도 뛰어나더라고요.”
K9 자주포, 항공기 엔진 등을 만드는 삼성테크윈은 우수 기능인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현장 기술력이 경쟁력의 원천이어서다. 황 부장은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현장에 가면 기술 습득 속도와 응용력, 적응력 등에서 월등히 뛰어나다”며 “삼성테크윈은 메달리스트 출신 사원을 기능장으로, 산업기사로, 또 대한민국 명장으로 성장시키는 커리큘럼을 갖고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기능올림픽 CNC밀링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노성제 사원(20)은 “아버지도 중소기업에서 밀링을 하고 계신다”며 “세계 최고의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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