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부문 - IBK기업은행
"텍스트는 세련미 없다"… 기존 편견깨고 승부수
세 문장의 깔끔한 메시지 은행 부문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은 ‘좋은 영화’의 기준에 대해 “소리와 자막을 모두 꺼놓고 봐도 어떤 내용인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영화”라고 주장했다. 영화 장르에 있어 가장 중심이 돼야 할 건 영상적 표현과 화법이란 얘기다.
이 기준을 ‘TV 광고’에 대입할 수 있을까. 지난해부터 시작된 IBK기업은행의 ‘국민 모두의 은행’ 광고 시리즈는 ‘그럴 수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 광고는 히치콕 감독과 광고크리에이터들이 강조하는 기법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을 쓰고 있다. 최근의 광고가 영상적 표현과 화법을 통해 상품의 특성과 장점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데 비해 이 시리즈는 텍스트를 메시지 전달의 중심 방법으로 사용한다. 텍스트를 송해 씨가 대사로 줄줄 말하고, 그 텍스트가 피켓 형태로 화면에 직접 등장하기까지 한다. 핵심 문구는 다음의 세 문장이다. “IBK기업은행!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입니다.” “국민여러분!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 “그리고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모두 66자. 일견 텍스트 과잉의 전형적 사례에 가깝다. 그럼에도 ‘국민 모두의 은행’ 시리즈는 지난해 최고의 TV광고 중 하나로 꼽히며 2012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심사위원특별상과 광고모델상을 수상하고, 각 언론의 광고상까지 두루 휩쓰는 쾌거를 거뒀다.
어째서일까. TV광고에 있어 텍스트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게 오히려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한 사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TV광고에서 텍스트 사용의 명분은 결국 메시지 전달에 있다. IBK기업은행의 광고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단순히 영상적 표현이나 화법으로 전달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 다소 설명이 필요한 종류였다. ‘기업은행’이라는 명칭 자체에 대해 기업들이 주로 거래하는 은행이라는 일반 대중의 편견이 분명 존재했고, 이 은행에 예금했을 때 타 은행과 다른 어떤 사회적 효과가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도 딱히 널리 홍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 효과를 통해 국민 개개인이 어떤 혜택을 입게 되는지도 마찬가지다.
해당상품에 대한 통념을 뒤집으려 했기 때문에 텍스트로 설명하는 방법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영상적 표현이나 화법은 이미 알려진 정보를 새롭게 가공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려 할 땐 역부족이다. 또한 이미 상품 자체에 내재된 특성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제공할 때도 텍스트는 반드시 필요하다.
IBK기업은행의 광고 시리즈는 위의 핵심적인 세 문장으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메시지를 깔끔하고 명확하게 달성했다. 66자를 대범하게 화면에 텍스트로 깔고, 그대로 읊는 내레이션까지 집어넣어가며 일반 대중에게 ‘설명’한 것이다. 그리고 그 설명의 효과는 그 어떤 창의적인 영상을 보여주는 TV광고보다 더 뛰어났다. ‘텍스트는 억지스럽고 세련미가 없다’는 기존 편견을 부수고, 액면 그대로 승부한 결과다.
또한 3편으로 이뤄진 시리즈는 모델을 계속적으로 확장해가며 설득력을 높였다. 송씨가 단독으로 카메라를 쳐다보며 설명하던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그가 TV 속 아역 김유빈 양에 같은 내용을 설명했고, 3편에서는 실제 예금 고객인 일반인 주부와 중소기업 취업청년이 등장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입니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덕분에 취직했습니다” 등의 내레이션을 외치며 광고 속 텍스트를 실증하고 있다.
그러면서 송씨와 유빈양, 주부와 청년 모두가 IBK기업은행을 배경으로 모두 웃는 장면이 등장한다. IBK기업은행을 중심으로 유소년, 청년, 중년, 장년 등 전 세대와 남녀 모두가 만족하는 설정이다. 이를 보면 이 광고 시리즈의 마지막 3편은 메시지 설명과 전달 측면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광고로 볼 수 있다.
끝으로 모델 송씨에 대해 따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2012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광고모델상을 수상하며 남다른 입지를 다진 바 있지만 이 광고에서 그가 상징하는 건 그저 푸근한 이미지의, 국민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장년 남성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올해 88세로 국민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다. 초고령까지 아직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경제인구의 상징으로, IBK기업은행이 지니고 있는 역동적 경제활성화 이미지를 증폭시켜 주는 역할도 맡고 있단 얘기다.
텍스트형 메시지 광고를 이렇게까지 다양한 요소와 조건을 정확히 배합시켜 효과낸 경우도 참 드물 듯싶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광고에 담긴 의미 - 기업 살리고 일자리 창출…모두에 공감
IBK기업은행의 ‘국민 모두의 은행’ 광고 시리즈가 시작된 건 ‘진정성’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한 결과였다. 계속되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중소기업과 서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됐고, 이에 따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 나눔과 배려가 강조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됐다. 또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의 사명과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기업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IBK기업은행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광고를 찍기로 한 것도 이 시리즈를 탄생시키는 데 한몫했다.
기업은행의 광고 목표는 명확했다. 타 은행과는 차별화되는 기업은행만의 역할과 공익적 가치를 명확히 부각시켜 ‘기업’만을 위한 은행이 아닌 ‘국민 모두’의 은행으로 잠재 고객들의 인식을 바꾸고자 했다.
지난해 초 ‘모두의 은행 1편’ 광고가 처음 방송된 이후 반응은 회사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뜨거웠다. 처음 목표한 바와 같이 ‘기업은행은 기업만 거래하는 은행이 아니다’라는 오해를 해소했음은 물론 어려운 서민 경제를 이해하고 사회적인 일자리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노력이 그대로 전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고가 성공을 거둔 이후 IBK기업은행의 ‘진정성’과 ‘일자리 창출’ 메시지를 모방하는 광고가 급증했다. 또한 방송 기간이 길어지면서 광고 소비자들이 조금씩 식상함을 느낄 수 있다는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조사 결과 소비자들의 호감도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었고,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기업은행만의 메시지로 공고히 할 필요도 있었다.
이에 따라 2편에서는 기존 메시지를 고수하면서 송해 씨의 단독 광고가 아닌 아역 배우 김유빈 양을 출연시켜 유머코드를 추가했고, 스토리 전개와 표현상의 변화를 통해 ‘새로움’을 보완했다.
이어 3편에서는 이 광고를 보고 실제로 기업은행에 예금을 하게 된 여성 고객과 기업은행이 운영 중인 취업포털 사이트인 ‘잡월드’를 통해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추가로 등장했다. 동일한 메시지지만 실제 고객과 중소기업 취업청년을 통해 그동안 기업은행이 전해왔던 진정성을 증명함으로써 광고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현재 기업은행은 2년째 동일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노출하며 회사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와 이해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제작 스토리 - '빅 모델'대신 '국민MC '송해 발탁 '대박'
IBK기업은행은 기업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진정성을 전달해줄 모델로 송해 씨를 발탁했다. 큰 이슈를 만드는 고가의 ‘빅 모델’ 전략을 펼치는 타 은행과는 달리 ‘국민 MC’와 직접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듯한 설정을 통해 소박하고 진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송씨는 ‘2012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광고인이 뽑은 모델상을 수상하며 기업은행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입증했다.
기업은행은 이어 2편과 3편에서 광고모델의 연령과 성별을 확대했다. 2편에서는 송씨의 고령(88세)을 상쇄할 귀여운 아역 배우 김유빈 양을 출연시키며 광고 소비자의 폭을 단숨에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3편에서는 파격적으로 일반인을 출연시키며 고객들과의 거리를 좁히려 노력했다.
‘기업은행을 이용하면 기업이 살아난다’는 단순한 주장보다 나와 내 가족, 이웃의 일자리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잠재고객의 인식과 행동 변화를 유도한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일반인이 출연한 3편 촬영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아무래도 전문 탤런트나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초반부에는 어색한 표정과 몸짓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자칫 굳어질 수 있는 촬영장 분위기를 바꾼 것은 2편부터 출연한 유빈양이었다고. 유빈양은 능청스런 연기와 사랑스런 애교를 발휘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고, 이에 일반인 모델들도 차츰 적응해가면서 전문 광고모델 못지않은 연기력을 발휘해 현장의 스태프들에게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은행 관계자는 “송해 선생님도 유빈양을 마치 친손녀처럼 대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족과 같은 즐겁고 화목한 분위기에서 광고를 찍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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