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경찰공제회도 해외 부동산 '수배령'…기관 대체투자, 과열인가 대세인가

입력 2013-07-15 17:06
수정 2013-07-15 21:10
워싱턴하버빌딩 FI로 참여
국내오피스 침체…해외로 눈돌려

"기관끼리 경쟁해 가격만 높여"
국민연금, 간접투자로 속도 조절


▶마켓인사이트 7월15일 오후 2시34분

경찰공제회가 미국 워싱턴하버 빌딩 인수를 위한 펀드에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했다. 경찰공제회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등 이른바 큰손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열기가 고조되면서 최근에는 이처럼 운용 규모 1조원 안팎의 중소 기관투자가들도 잇따라 가세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배당이 나오는 데다 금리 상승에 대한 헤지 효과, 국내 오피스 시장 침체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관들 “국내 부동산은 쳐다도 안 봐”

1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시몬느인베스트먼트가 주도하는 4000억원 규모의 워싱턴하버 빌딩 인수 프로젝트에 우정사업본부(보험 부문), 새마을금고, 경찰공제회가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기로 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경찰공제회의 참여다. 경찰공제회는 1조5651억원(작년 말 기준)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부동산 분야 투자액은 6093억원이다. 주로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펀드에 투자해왔다.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부동산 쇼핑 사례는 부쩍 늘었다. 워싱턴하버 빌딩 외에도 런던에서만 최소 두 건의 부동산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참여하는 해외 사모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2008년 말 1조4375억원에 불과했으나 이달 11일 현재 4조7634억원으로 급증했다. 작년부터 투자액이 급격히 늘어나 지난해에만 1조원이 불어났고, 올해도 반년 만에 1조원이 더해졌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 대부분이 해외 오피스 빌딩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과학기술인공제회는 해외 투자건만 가지고 오라는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고개드는 속도 조절론

해외 부동산 투자 열기가 고조되면서 과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미국 맨해튼 중심부의 오피스 빌딩 가격이 금융 위기 이전인 2007년 말 수준까지 올라갔다”며 “부동산 펀드에 돈을 넣는 간접 투자 비중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정사업본부 내에서도 첨예하게 갈린다. 보험 부문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데 비해 예금 부문은 “해외 부동산 직접 투자는 안한다”는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 예금 부문 관계자는 “해외 매물을 따기 위해 중동, 일본 국부 펀드같은 큰손들이 뛰어들고 있고, 국내에서도 딜을 따오는 자산운용사들끼리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적절한 가격에 매물을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오피스 빌딩 시장이 매각자 우위의 시장(seller’market)으로 변하면서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등을 제외한 중소형 연기금, 공제회들은 싼값에 좋은 매물을 잡을 기회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국내 연기금, 공제회들이 해외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 뒤 사후 관리를 충분히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국민연금만해도 2003년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를 준비해 간접 투자 방식으로 경험을 쌓은 뒤 2009년에야 첫 직접 투자에 나섰다. 운용 인력(전체 인원 8명) 1명당 관리해야 할 부동산 투자액이 1조원에 달하면서 최근에는 간접 투자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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