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인트] 방송법시행령, 단계적 개선을

입력 2013-07-14 23:37
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정부가 창조경제 기치를 내세운 가운데, 산업 간 융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융합이 가장 꽃피울 수 있는 분야로는 방송통신산업이 꼽힌다.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인 컴캐스트는 케이블TV 사업에 기반을 두고, 초고속 인터넷과 통신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융합 서비스를 구현해 왔다. 지난 해에만 매출 625억달러(약 70조원)를 기록했다.

컴캐스트가 있기까지 미국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있었다. 미 정부는 공정경쟁이 이뤄지도록 정책을 펼치며 종합유선방송사업(SO)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유도했다. 하지만 우리는 법과 제도가 공정한 시장경쟁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방송법이다. 예를 들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케이블 TV와 인터넷TV(IPTV)가 동일한 서비스이지만 케이블TV는 방송법, IPTV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을 적용받는다. 규제 내용도 달라 케이블TV는 케이블TV 가입자 수의 3분의 1 및 전체 방송권역의 3분의 1을 초과해 경영할 수 없는 반면 IPTV는 사업권역별로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 동일한 서비스임에도 다른 법령·규제가 적용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과 같은 규제 하에서는 동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간 공정 경쟁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도 이런 불균등한 규제를 인정하고, 지난해 7월 유료방송의 공정경쟁을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당초 시행 예정 시점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이다. 정치권이 SO가 아닌, 방송프로그램공급자(PP)의 매출규제를 현행 33%에서 49%로 완화하는 것에 대해 명확한 입장 정리를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매출규제 완화로 자칫 지배적 사업자가 출현해 방송을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규제 대안을 만들면 된다. 시장 자율에 따른 성장을 도모하되, 지배적 사업자의 횡포를 사후 규제를 통해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문에 대안 제시 없이 PP에 대한 우려만으로 SO 규제 완화 처리까지 지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동일 패키지로 묶어 일괄처리하는 게 어렵다면 이견이 적은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사업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생산한 양질의 서비스를 국민들이 안방에서 편하게 즐기는 ‘진정한 디지털 시대’가 올 수 잇도록 이제 국회가 화답할 차례다.

전범수 <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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