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FTA는 '공짜'가 아니다

입력 2013-07-14 18:18
수정 2013-07-14 23:40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2007년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는 자국 정부에 4100만달러의 벌금을 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이후 멕시코 소재 자회사에서 자동차부품을 수입했지만, 자국 세관이 요구하는 원산지 증명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멕시코 기업 가운데 관세혜택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까다로운 ‘원산지 증명’ 절차 탓이다.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FTA가 체결되면 관세가 낮아지고 수출이 저절로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40여개국과 협정이 체결된 지금 중소기업들은 이런 효과보다는 오히려 혼란만 겪고 있다.

상형문자 같은 원산지 증명

특히 미국의 원산지 증명 요구가 봇물터지듯 들어오면서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작년 3월15일 한·미FTA 발효 이후 불과 16개월 만에 자동차부품·전자 및 섬유제품에 대한 미국 세관의 원산지 소명 요구가 60건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조사에 대비하는 중소기업이 수천개에 이른다. 한국 세관에 원산지 소명을 위탁한 유럽연합(EU)과 달리 미국 관세청은 직접 조사권을 갖고 있다. 조사 강도 면에서 EU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몇몇 한국 업체는 이미 관세를 토해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자동차에는 2만가지 이상의 부품이 들어간다. 이들 부품이 한국산임을 증명하려면 차체·엔진·조향장치·의자·에어백·전장품 등에 대해 일일이 소명해야 한다. 이들 부품 중에는 한국에서 만든 것도 있고, 외국에서 수입한 것도 있다. 게다가 관련된 협력업체가 수천 개에 이른다. 증명이 쉽지 않다.

뿐만 아니다. 원산지를 판별하는 기준이 고등수학처럼 복잡하다. 기본 원칙만 △완전획득 기준 △상당한 변형 기준 등 크게 세 가지가 있고, 보충적 기준으로 △누적 △최소허용 기준 등 아홉 가지가 있다. 품목별 기준으로 △세번변경 기준 △역내가치비율 기준 등이 있으며 각각의 기준안에 또다시 세부 기준이 있다. 나라별 기준도 제각각이다.

그러니 사무직원 1~2명이 자금·회계·경리·인사 등 10여가지 일을 보는 중소기업에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초등학생에게 미적분을 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FTA 과실, 땀 흘린 노력 있어야

원산지 문제 전문가인 법무법인 율촌의 김의기 고문은 원산지 규정을 “이집트의 상형문자 같다”고 표현한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며 원산지 문제를 다뤄온 그는 “각국의 학자나 관료와 통상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원산지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라고 전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첫째, 기업의 담당자뿐 아니라 최고경영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정부의 밀착지원이다. 지금도 FTA무역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열심히 뛰고 있지만, 수만 개 중소기업을 교육시키기엔 예산과 인원이 부족하다. 지역별로 FTA지원센터를 만들고 중소기업들을 최대한 근접 지원해야 한다.

셋째, 미국과 원산지 규정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규정으로는 FTA를 체결한 의미가 없다.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 원산지 규정이 까다로운 것은 결국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것이다. 말이 FTA이지 실상은 복잡한 원산지 확인절차를 만들어 또 다른 장벽을 쌓은 것이다. FTA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선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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