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챔피언을 키우자] 獨 히든 챔피언 43%, 100년 이상된 가족기업

입력 2013-07-14 16:52
수정 2013-07-15 02:43
'전기톱 생산 1위' 안드레아스스틸, 가족 합의경영 통해 리스크 최소화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의 성공 비결을 공부하기 위해 중소기업 1, 2세들로 구성된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 회원 36명이 지난달 말 안드레아스스틸 본사를 찾았다. 전기톱을 발명한 스위스계 엔지니어 안드레아스 스틸이 1926년 자신의 이름을 붙여 만든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8억8700만유로(약 1조3305억원)의 88.1%를 수출로 벌어들였다.

이 회사의 이사회 의장은 창업자의 손자인 니콜라스 스틸이다. 회사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아버지 형제인 루드거 스틸, 니 스틸, 한스 피터 스틸, 에바 마이어 스틸 등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일상적인 회사 경영은 2002년부터 외부 전문경영자에게 맡기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은 주주인 가족들이 직접 한다.

스틸 의장은 “회사의 주요 현안은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한다”며 “가족들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안드레아스스틸이 몇 해 전 전기톱의 핵심 부품인 모터 생산라인을 확대해 트랙터 등에 사용하는 중대형 엔진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안건을 제출했을 때 이사회에서 격론이 벌어진 적이 있다.

스틸 의장은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들었지만 논쟁을 벌이는 동안 위험 요인도 제거하고 더 철저하게 준비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가족 기업의 가장 큰 단점이자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아스스틸은 스틸 의장을 뺀 나머지 이사회 멤버들이 내년 모두 퇴진하고 7명의 자녀(의장의 사촌)가 새 멤버로 들어온다.

1668년 설립된 최고령 화학·의약 기업인 머크는 12대, 345년째 가족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머크가를 대표하는 10~13대 가족 217명 중 130명이 지분의 70%를 나눠 갖고 회사의 주요 운영방침을 결정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인 하버캄 머크 회장은 “가족들이 논의하다 보면 이견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민주적인 토론을 통해 접점을 찾아간다”며 “가족관계와 회사운영을 잘 하면 그보다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지배구조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족기업 전문가인 김선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FB솔루션 대표)는 “가족 기업들은 대부분 위기에 강하고 기회에 빠르다는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히든챔피언 기업 중 3분의 1 이상이 이런 가족기업 형태로 100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미하엘 보이보데 독일 만하임대 교수도 “독일의 히든챔피언 기업의 43%가 1인 경영이 아닌 가족 공동경영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히든챔피언들은 외형은 커졌지만 중소기업으로 출발했을 때의 경영틀을 그대로 유지하며 성공 신화를 써가고 있다”며 “한 명의 승계자에게 가업을 전부 승계하는 한국의 중소·중견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블링겐=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 [히든 챔피언을 키우자] "기술인력이 가장 큰 자산"

▶ [히든 챔피언을 키우자] 1인 상속 강제하는 한국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