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증여세가 첫 적용되고, 이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대기업 그룹 계열 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들이 모회사 등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모회사 등에 합병돼 계열사가 아닌 사업부가 되면 일감 몰아주기 과세나 규제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계열 IT 서비스 회사인 신세계I&C를 모회사인 신세계와 합병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주로 신세계의 시스템통합(SI) 업무를 수주해 매출을 올린 신세계I&C는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57.2%를 기록해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이다.
태광그룹도 지난 5월 IT 서비스 회사인 티시스와 동림관광개발, 티알엠 등 3개 계열사를 합병했다. 흥국생명 티브로드 등 태광그룹 계열사가 주요 거래처인 티시스는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85%로 역시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이다. 부동산 관리 사업을 하는 티알엠도 계열사 간 거래 비율이 높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자회사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모회사 합병으로 매출 늘려…'내부거래 30%' 규제 피하기
이 밖에 동부그룹 계열의 동부CNI와 동양그룹 계열 동양네트웍스, CJ그룹 계열 CJ시스템즈 등 대기업 그룹 계열 IT 서비스 회사들도 모회사나 관련 계열사와의 합병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회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그룹의 IT 서비스 자회사는 그룹 계열사의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운영하는 일을 맡는다. 업무 특성상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IT 서비스 자회사를 통해 편법 증여가 이뤄지고 부당 내부거래가 잇따른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올해 첫 시행되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는 관계회사로부터 얻은 매출 비중이 30%를 넘는 회사의 지분 3% 이상을 가진 대주주들에게 물리도록 돼 있다. 국세청은 최근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신고 대상자로 추정되는 1만여명에게 안내문을 송부했다.
지난달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입증 요건을 완화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IT 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등 외부 거래를 늘리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모회사나 관련 계열사와 합병을 통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기업 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은 IT 서비스 계열사를 편법 증여나 상속의 대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화답하는 성격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스템통합(SI)이 주요 업무인 IT 서비스 기업들은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해외 진출·사업 다각화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국내 최대 SI 업체인 삼성SDS는 해외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춰 이달 초 조직개편을 끝냈다.
국내 공공·금융 IT를 축소하고 해외 사업 전담부서인 스마트 매뉴팩처링&타운 사업부를 신설했다.
LG CNS도 15% 수준인 해외 사업 비중을 2020년까지 전체 매출의 5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중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 사업 수주에 나서고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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