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엽기살인…윤락 알선…음란 사이트 운영…무서운 '너무나' 무서운 10대들

입력 2013-07-12 17:11
수정 2013-07-13 00:29
폭력·음란물에 무방비 노출…무서운 것도 죄의식도 없어
범행도 잔인해지고 지능화…청소년 보험사기범도 급증
학교 밖 아이들 전혀 관리안돼…사법적 대응 더 강력해져야



지난 9일 시체를 도륙한 살인사건이 경기 용인에서 발생했다. 사건의 범인이 학교를 중퇴한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은 더 충격적이었다. 피의자 심모군은 친구로 지내던 김모양(17)을 강간 후 목 졸라 살해한 뒤 공업용 커터칼로 16시간 동안 시신을 훼손했다. 그에겐 아무런 죄책감도 없었다. 자신의 카카오톡 스토리에 “악감정 따위도 없었고, 좋은 감정 따위도 없었고, 날 미워하세요. 난 지옥에 가고 싶었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대한민국 10대들의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다. 절도 폭력 등 질풍노도의 시기에 나타나는 일탈을 넘어 살인 강간 집단성매매 등 성인들조차 혀를 내두를 강력하고 지능화된 범죄 사건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살인·강도·강간 및 강제추행·방화 등 4대 강력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미성년자는 3239명에 달했다. 10대 범죄의 은밀한 조력자는 인터넷이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10대들은 인터넷 독학으로 익힌 위험한 시나리오를 현실 세계에서 가감 없이 실험하면서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형 범죄자로 전락하고 있다. ‘19금’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개방형 공간에서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을 가진 10대들이 무분별한 폭력과 음란을 빨아들이고 이를 생활에서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10대들의 비행 수준을 봐서는 낭만적인 접근으로 대처할 시기는 지났다”며 “형사 사법적 대응도 보다 강력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 폭력화…‘폭력 각본(스크립트)’ 대로 진행

‘수원 살인마’ 오원춘을 떠올리게 하는 경기 용인 엽기살인 용의자인 심군이 털어놓은 범행 동기는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그는 “평소 잔인한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내용을 범행 중에 떠올렸다”며 “평소 공포영화를 볼 때면 영화처럼 한 번쯤은 흉내내 볼 생각도 했고 인터넷에서 해부학을 검색해 보곤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각본(스크립트·script)이 심군의 머릿속에 내재돼 있었기에 태연한 범죄가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가 음식점에 가면 ‘자리에 앉는다-메뉴판을 보고 주문한다-음식을 먹는다-계산하고 나온다’는 일련의 과정들이 프로그래밍화돼 있듯이 살인범들도 살인에 관한 일련의 과정들을 머릿속에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력물을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이른바 ‘폭력 스크립트’가 머릿속에 자리잡게 된다는 설명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심군의 경우 인터넷에서 해부학 동영상 등을 보며 머릿속으로 수차례 살인 예행연습을 해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콘크리트 여고생 살인사건’은 이제 더 이상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며 “대범해지고 있는 10대 강력범죄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88년 일본에서 잔혹한 10대 범죄의 서막을 알린 ‘콘크리트 여고생 살인사건’은 만 15~18세 청소년들이 하굣길 여고생을 납치해 40여일 동안 성폭행 및 신체적 고문을 가한 뒤 살해해 드럼통에 넣고 인근 공사장 콘크리트로 묻어버린 사건이다.

(2) 음란화…초등생이 음란물 사이트 운영

인터넷과 친숙한 10대들은 성범죄에서도 가해자로 변하고 있다. 지난 9일 초등학생 김모군(12)이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음란사진 684장과 음란 애니메이션을 유포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김군은 초등학교 6학년생이었다. 경찰은 “김군이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가 직장에 나가면서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인터넷에 몰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광주지방경찰청은 10대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공유한 혐의로 이모군(17) 등 청소년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압수한 영상 1479개 가운데 대부분은 초·중·고 여학생이 직접 자신의 주요 부위를 촬영한 1~5분가량의 영상이었다. 최수형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만드는데 익숙한 학생들이 범죄라는 인식을 못한 채 음란물 제작 유포의 유혹에 빠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출한 ‘거리의 청소년’끼리 성매매를 강요하는 성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또래 청소년을 강제로 성매매에 동원한 10대 포주도 학교를 자퇴한 ‘거리의 청소년’이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이탈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관리방법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이들의 소재조차 교육기관에서 파악이 안되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3) 지능화…보험범죄 가담자도 증가

치밀한 사전계획이 필요한 보험사기가 10대들 사이에서도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은 청소년 범죄가 빠른 속도로 지능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10대는 1562명으로 2010년의 586명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2010~2012년에 적발된 10대는 매년 62.5%, 64.1%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적발인원 증가율 4.5%와 15%를 크게 웃돌았다.

이들의 보험사기는 ‘용돈벌이’ 수준을 뛰어넘었다. 지난 4월 서울 종로경찰서는 10대 23명이 가담한 교통사고 보험사기를 적발했다. 이들은 중앙선을 침범하는 택시차량과 접촉사고를 내거나, 택시를 탔던 공범이 차에서 내릴 때 일부러 부딪히는 수법으로 총 44회에 걸쳐 1억1230만원을 합의금과 보험금으로 뜯어냈다.

지난 1월에는 양어머니와 공모한 10대 서모군(18)이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남성을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뒤 숨진 남성의 이름으로 생명보험을 들고 9억원가량의 보험금을 타내려 한 사건이 제주에서 적발됐다. 서군은 숨진 남성의 이름으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기 위해 피해자의 엄지손가락 지문을 도려내기도 했다.

김성 손해보험협회 보험조사팀장은 “10대들은 고의로 사고를 내더라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형법에 보험사기죄를 신설하는 등 보험사기에 대한 수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훈/홍선표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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