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스토리②]하림 '3% 날씬한' 햄소시지 탄생 스토리…"저지방 혁명에 도전하라"

입력 2013-07-12 08:41
수정 2013-07-12 09:30
끝모를 불황의 터널에서도 남다른 노력과 혁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우뚝 선 성공기업들의 숨은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발굴한 기업들의 생생한 성공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도전과 위로가 되어 드릴 것입니다. <편집자 주>



#1 프라이팬 위에 적당한 크기의 직사각형 햄이 지글거리며 익는다. 훈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쌀밥을 한 숟가락 뜨고 그 위에 잘 익은 햄을 올린다. 이를 보는 이들은 침을 꿀꺽 삼킨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봐온 햄 광고의 한 장면이다. 하지만 여기에 반기를 들고 시장 판도를 뒤흔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햄소시지가 등장했다. 최근 하림그룹이 야심차게 내놓은 기름기를 쫙 뺀 '3% 날씬한' 햄소시지가 그 주인공이다. 지방 함량이 두부(5.6%) 보다 더 적은 3%(저지방 인증 기준) 미만의 혁신적인 제품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돼지고기를 원료로 시판되고 있는 햄소시지 중 지방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제품은 없었다. 과도한 지방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너무 적으면 맛이 없고, 제품단가도 올라가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국내산 햄의 경우 지방 함량 비율이 27%다.

업계에서는 '3% 날씬한' 햄소시지가 국내에 출시된 육가공 제품 중에서 프리미엄 시장 창출의 단초 역할을 해줄 제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식품전문회사 하림그룹이 만든 '3% 날씬한' 햄소시지의 '저지방 혁명'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김홍국 회장의 특명 "지방 함량 3% 이내 햄소시지를 만들어라"

'3% 날씬한' 햄소시지가 탄생하기까지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 유럽의 식품산업 선진국들이 다양한 지방 함량의 햄소시지를 생산하고 있는 것을 본 것이 자극이 됐다. 2008년 대상에서 인수한 돼지고기 전문기업 팜스코의 비선호 부위 판로 확보도 큰 동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식품전문기업들의 화두는 '저염, 저지방, 저칼리로'이다. 특히 지방은 현대인들의 각종 질병을 앓게 하는 위험인자다. 고지방을 많이 섭취할 경우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성인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국민들의 과체중을 염려해 비만세를 적용하기도 하고, 지방 함량을 최소한으로 낮춘 초저지방 제품을 권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만의 원인인 지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양질의 단백질을 우리아이에게 먹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림그룹은 이것이 '3% 날씬한' 햄소시지의 개발 동기였다고 말한다.

◆ 지방 함량 3%, 불가능의 도전…"비비고 또 비볐다"

하림그룹의 연구개발 인력이 일하는 경기도 성남 판교 사옥 한 켠에는 각종 조리시설이 갖춰진 연구실이 자리잡고 있다. '3% 날씬한'이 세상의 빛을 보게된 현장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연구개발팀은 원료육을 잘게 부수고 비벼 햄소시지 시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국내 자체 기술로 돼지고기를 활용해 지방 함량 3% 미만의 햄소지를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한다. 닭고기 전문 계열사 하림은 한동안 비선호 부위로 알려졌던 닭가슴살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캔제품으로 개발해 닭가슴살 소비를 크게 늘린 경험이 있다. 문제는 계열사 팜스코의 '하이포크' 돼지고기였다.

"그룹회장의 특명을 받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처음엔 엄두가 나질 않았죠.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유근주(사진) 하림그룹 식품R&D센터 과장의 말이다. 유 과장은 국내에서 석사 과정까지 마치고 독일로 건너가 육가공분야 '마이스터' 자격증을 취득한 국내에서 몇 안되는 인재다.

그런 유 과장 팀에게 그룹에서 거는 기대는 컸고, 그 만큼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돼지고기의 어떤 부위를 이용해 정형화하고 어떻게 배합, 가공해야 지방을 3% 미만으로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너무 힘들어 사표를 내려고 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죠."

실패를 거듭하던 연구개발팀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저지방 햄소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료육 단계에서부터 지방을 분석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방측정기를 도입해 각 공정마다 배치했다. 결국 지방이 적은 후지(뒷다리 살)를 원료육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후지가 비선호 부위로 골칫거리였던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돼지 한 마리를 도축했을 때 안심과 등심 등 저지방 비선호 부위가 삼겹살 등 선호부위에 비해 3배 정도 많이 생산된다. 따라서 비선호 부위는 공급량이 많아 가격이 낮은데다 재고로 처지면서 보관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

"연구개발센터 인력들이 현장에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가장 신선한 재료와 완벽하게 정련된 원료육이 초저지방 햄소시지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입니다. 물론 팜스코 현장 인력들의 숙련된 돈육 해체 기술이 한 몫했죠"

돼지 120kg짜리 한 마리에서 초저지방 햄소시지용 원료육은 단 2.2kg 밖에 나오지 않는다. 완제품으로 나온 캔 7개 분량이다.

"원료육 생산 현장에 가보면 숙련된 인력들이 거의 회를 뜨듯이 지방을 발라내고 최종 손질을 합니다. 근육 사이에 낀 지방을 원료육으로 적합할 때까지 제거하는 고난도의 기술입니다. 그만큼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는 얘기지요. 시중에 유통되는 햄소시지가 대부분 수입육이나 자투리육을 사용하는 것과도 대별되는 부분입니다."

◆ "식감과 풍미를 유지하라"

가공식품은 시제품이 완성되면 일반 소비자 평가단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연다. 하림표 햄소시지도 냉혹한 평가대 위에 올라야 했다.

첫 시제품 품평회 결과는 그야말로 참담했다. 시제품 햄소시지를 한 입 깨문 김홍국 회장의 첫마디는 "이게 무시어?"였다는 것. 전북 익산이 고향인 김 회장의 사투리가 섞인 반응은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이냐"라는 것이었다.

지방을 쏙 빼는 저지방 혁명은 이뤄냈지만 결정적으로 맛을 살려내지 못했다는 질책이 쏟아졌다. '기름기가 있어야 목 넘김이 부드럽고 씹는 맛이 좋다'는 생각에 한국 사람들은 돼지고기 부위에서도 지방이 많은 삼겹살만 고집하는게 현실이다.

이렇게 '마의 지방 함량 3%'를 극복한 다음에 봉착한 문제가 '맛과 풍미'였다.

하림그룹은 햄소시지의 본고장 독일에 연구개발팀을 급파했다. 지방을 낮추면서도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를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을 찾아오라는 얘기였다.

유근주 과장은 "원료육에서 지방을 줄이면 단백질 함량이 높아집니다. 그러면 퍽퍽하고 맛이 없어지죠. 부드러우면서 촉촉한 식감을 찾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습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기술이 바로 '워터 홀딩(Water hoding)' 기술이다. 지방을 없애고 단백질 결정체에 수분을 간직하게 만든 기술이다. 천연 신소재를 접목했다. 목재나 펄프에서 나오는 식이섬유인 혼합제재를 첨가해 원료육 조직이 적정한 수분을 간직할 수 있도록 기술보완이 이뤄졌다.

그 후로 맛을 내기 위해 마늘과 양파, 천일염 등 천연조미료를 가미했다. 결국 지난한 노력 끝에 지방을 확 줄이면서도 사라진 풍미를 모두 살린 건강한 햄소시지가 탄생했다.

연구개발팀 팀원들은 이번 프로젝트 기간 동안 한 사람이 원료육 100kg 정도를 먹었다고 한다. 돼지 한 마리에서 원료육 2.2kg이 추출되는 만큼 한 사람 당 돼지 50마리 가량을 먹어가며 개발에 성공한 셈이다.

◆ "햄소지지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요?"

사실 완제품을 만들고 난 후 연구진의 가장 큰 고민은 따로 있었다고 한다. 얇게 썬 햄을 빵에 얹어 먹는 서양사람들과 달리 한국사람들의 햄소시지를 조리하는 방식이 유별나기 때문이다. 일단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본다는 것. 열심히 초저지방 햄소시지를 만들었는데 마지막 조리단계에서 생각지도 못한 적군이 침투하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초저지방 햄소시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을 물었다. 박재호 하림그룹 전략마케팅실 이사는 "'3% 날씬한' 햄소시지를 가장 맛잇게 먹는 방법은 조리하지 않고 그냥 드시는 겁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일단 초저지방 제품인 만큼 그냥 먹어도 여타 제품과 달리 느끼한 맛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햄과 소시지 모두 익혀서 제조되고 세균 등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멸균 포장하기 때문에 바로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박 이사는 "'3% 날씬한' 햄소시지의 특징은 '농장에서 식탁까지(from farm to table)' 일관 관리시스템으로 생산된 국내산 고급 원료육만을 사용한다는 점"이라며 "앞으로도 육가공 제품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다양하고 혁신적인 제품들을 개발해 나갈것"이라고 말했다.

◆ 홈쇼핑 완판의 비결…"주부들은 알고 있다."

'3% 날씬한' 햄소시지의 초반 소비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주 한 홈쇼핑에서 5400만원어치가 한번에 완판됐다. 하지만 갈길은 멀다. 계열사 하림과 달리 팜스코가 돈육 가공식품으로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것은 하림그룹에 편입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대형 할인마트의 매대에 올라가야 소비자와 만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윤창민 팜스코 육가공사업본부 본부장은 "기존에 시중에 나와 있는 햄소시지와는 완전히 다른 프리미엄 제품이어서 가격이 다소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품질에 자신이 있는 만큼 주부들이 찾는다면 대형 마트 등 유통채널도 움직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혁신적인 제품이라면 소비자들의 판단에 따라 선택될 수 있도록 기회는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림그룹은 앞으로 지방 함량 1%, 5%, 7% 등 다양한 햄소시지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천연조미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닭뼈를 우려낸 육수를 활용한 천연조미료가 그것이다. 신선육 생산부터 가공식품까지 대한민국 식탁을 책임지겠다는 하림그룹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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