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크윈 '부활의 날갯짓'

입력 2013-07-08 17:25
수정 2013-07-09 04:29
감사팀 출신 김철교 사장 온 후 2년…'미운 오리' 어디갔어?

GE서 6000억 단독 수주
칩마운터 고속기 개발 등
첨단기술 대대적 투자 결실



“이 링(ring) 하나의 가격이 1억원 이상입니다. 이런 초정밀 부품이 합쳐져 미국 GE의 가스터빈엔진 LM2500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체(모듈)가 됩니다.”

8일 경남 창원의 삼성테크윈 제2사업장. 최철영 상무는 수십여개의 정밀 부품으로 이뤄진 커다란 기계장치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테크윈은 최근 GE와 5년간 6051억원 규모의 LPT(Low Pressure Turbine) 모듈을 단독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모듈은 LM2500 엔진을 구성하는 4개 모듈 중 하나로, 가스터빈 추진력을 활용해 배의 스크류 등을 돌리는 장치다. 최첨단 기계공학 기술이 없으면 만들 수 없다.

LM2500은 30여개국 해군의 400여 함정에 탑재된 GE의 대표적 가스터빈엔진. 삼성테크윈은 2004년 LPT 모듈 납품을 시작했으며, 이번에 기술력을 인정한 GE가 계약 규모를 확대했다. 한 달에 약 15대씩, 매년 180~200대의 모듈을 만들기 위해 조만간 2교대 근무를 시작한다. 최 상무는 “처음엔 단품 개발부터 시작했지만, 이제는 GE 고유의 이익셰어프로그램인 ‘GEnx’(기술개발에 참여해 투자한 뒤 이익이 나면 나누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그만큼 기술 수준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삼성테크윈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1977년 방산업체로 출발한 삼성테크윈은 2000년대 카메라 사업을 맡았으나 제대로 키우지 못해 삼성전자에 사업을 내줘야 했다. 2011년 6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했을 땐 내부 비리가 적발돼 대대적인 감사를 받았다. 대표적인 방산품인 K9 자주포는 최근 무혐의로 명예가 회복되긴 했지만 한동안 납품비리 의혹을 받기도 했다.

2011년 7월 갑작스레 대표이사를 맡은 그룹 감사팀 출신의 김철교 사장(사진)은 ‘뼈대론’을 앞세워 회사를 바꾸기 시작했다. 건강한 회사가 되려면 기본부터 튼튼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조직 혁신이 시작됐고, 생산 현장에선 무결점 운동이 펼쳐졌다.

기술에 대한 투자도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면서 과감한 혁신을 통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에 집중했다. 제2사업장 내 칩마운터 공장에서도 속속 결실이 나왔다. 칩마운터는 전자기판에 각종 칩을 꽂아주는 기계다. 중속기 칩마운터 세계 1위인 삼성테크윈은 고속기 개발을 끝내고 최종 생산라인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파나소닉과 후지, 야마하 등 일본업체가 장악한 칩마운터 시장에 1993년 뛰어들어 한동안 선전했다. 하지만 고속기를 개발하지 못하면서 몇년 전부터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속기는 시간당 3만9000개 칩을 꽂지만, 고속기는 12만개(초당 32개) 수준으로 3배 이상 빠르다. ‘0402’(0.4㎜×0.2㎜) 크기의 눈곱만한 칩 1200여개를 갤럭시S4 기판 앞뒷면에 37초 만에 꽂아야 한다.

최종 생산라인 테스트가 성공적이어서 조만간 납품이 시작될 전망이다. 위형철 상무는 “세계 칩마운터 시장이 연간 40억달러 규모인데, 고속기는 19억달러가 넘는다”며 “상당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가 변하면서 시장 평가도 좋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4개 증권사에서 ‘매수 추천’ 의견을 내놨다.

창원=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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