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 최고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금융과 소비재, 산업재 부문으로 커왔던 이 회사는 2000년대 중반 업(業)의 본질을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모기지와 보험 등 핵심 금융사업을 매각한 데 이어 소재와 플라스틱 등 산업재 부문도 팔아치웠다. 대신 이 회사는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환경’과 ‘헬스’를 내세웠다. ‘우리 회사는 환경과 건강을 생각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다른 기업들과 달리 아예 기업의 비전과 사업구조를 바꾼 것이다.
#2. 각종 소비재를 만드는 프록터앤드갬블(P&G)은 최근 중국 시장을 겨냥한 샴푸를 내놨다. 그런데 제품 콘셉트가 특이하다. 아주 적은 물로도 쉽게 머리를 헹굴 수 있는 샴푸다. 중국 내 상당수 지역이 가뭄으로 물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 만들었다. P&G의 이 샴푸는 기업의 수익성에 초점을 두면서도 사회적 효용가치를 더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착한 기업은 소비자가 알아본다
기업 사회공헌이 진화하고 있다. 환경, 안전, 나눔 등 사회공헌의 핵심 가치들이 이제는 기업 경영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당당히 쓰인다. 4~5년 전만해도 ‘기업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한 부수적 활동’으로 인식되던 것에서 최근엔 ‘기업의 사활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경영행위’로 인정받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해외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중시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평가하는 유럽증시의 스톡스(STOXX) 지수에 편입된 기업(1537개사) 중 상위 316개사와 하위 기업들의 2008~2011년 실적을 비교한 결과 상위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27.5% 늘어난 반면 하위 기업 시가총액은 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착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수익성 등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결과인 셈이다.
사회공헌 투자액 3조 … 지속적·맞춤형 활동 뜬다
국내 기업들은 어떨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양적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 투자비는 10년 새 3배가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2년 사회공헌 투자액은 1조865억원이었으나 2011년에는 3조1241억원으로 급증했다. 사회공헌 활동 건수도 2004년 572건에서 2011년 2003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기업 사회공헌은 진화하고 있다. 이벤트성 사회공헌보다 지속적이면서 맞춤형으로 도움을 주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소리를 진동 형태로 느끼게 해주는 프로젝트, 저소득층 이웃들에게 창업용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기프트카’ 캠페인, 장애인들이 여행할 때 각종 걸림돌을 없애주는 ‘트래블 프런티어’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회공헌을 전개하고 있다.
포스코는 교육 분야 나눔활동을 펼친다. 1971년 교육재단을 설립해 14개 초·중·고교와 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임직원이 월급의 1%를 기부해 소외계층 지원에 쓰는 나눔 사업도 3년째 추진 중이다. 효성그룹은 시민사회,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올해 3월 대기업 최초로 ‘통합 예술 집단치료’라는 나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학교폭력이나 학대 등으로 상처 받은 어린이들을 위해 미술, 무용, 연극 등을 통해 정서적 치유를 돕는 새로운 사회공헌활동이다. 올해 2000명 등 3년간 총 1만명의 어린이들에게 치료를 해줄 방침이다.
기업 사회공헌, 복지정책 틈새를 메우다
국내 기업들은 또 저소득층·지방 인재 채용을 늘리고, 협력사 등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공헌이 정부 복지정책의 틈새를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최근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보면 과거보다 자발성과 적극성을 띠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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