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이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열고 4개항에 합의했다. 공단 입주기업들이 10일부터 방북해 남겨두고 온 설비 점검·정비와 함께 완제품·원부자재를 반출할 수 있게 하고, 공단 방문 인원과 차량에 대한 신변안전 및 안전한 복귀를 보장하며, 공단이 중단되는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후속 회담을 10일에 개최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4월 북측의 일방적인 근로자 철수로 개성공단이 멈춰선 지 거의 100일 만에 일단 재가동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초보적 수준의 합의”라고 평가하면서 일단 남북 간에 논의의 장이 열렸다는 데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당연히 이번 합의를 반길 것이다. 일단 공단에 돌아가 방치돼 있던 설비와 완제품, 원부자재를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니 그나마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재가동을 준비하는 기업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공단의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당국자 후속 회담이 술술 풀릴 것이라고 속단할 수도 없다. 북측의 ‘제멋대로 가동중단’을 막고 우리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관건인데, 과연 그런 대책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부터가 의문이다. 주지하듯이 개성공단 중단 사태는 북측이 지난 4월 느닷없이 우리 측 근로자의 입경을 막고 제멋대로 북측 근로자 전원을 철수한 데서 비롯됐다. 이는 당연히 협약 위반이다. 북측이 금강산 사업에서도 계약을 일방적으로 깨고 온정각 내 현대아산과 우리 정부 측 자산까지 제멋대로 동결하고 압류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결국 협약이나 합의문서가 아니라 북의 신뢰성이 문제다. 어떤 합의든 북측이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면 소용이 없다. 북핵 개발을 포함한 모든 문제가 악화일로를 걸어왔던 이유가 다 똑같다. 북측이 이번 실무회담에 상당히 의욕적으로 임했다는 게 우리 협상단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압박이 점점 강해지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려 했을 것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북의 진정성 없이는 설사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더라도 그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공단재개를 위해서는 확실한 담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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