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In&Out
조준희 기업은행장(사진)이 지난해 3월 수십억원의 예금을 한 번에 예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 행장의 평소 경영 철학을 눈여겨본 한 고객이 직접 기업은행 서울 양재동 지점을 찾아와 거액을 맡겼다고 한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다 은퇴한 이 고객은 당시 예금계좌를 만들면서 “조 행장이 취임 후 틈날 때마다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라는 고사성어를 언급하는 것을 보고 감동해 은행을 찾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행장은 2011년 8월1일 기업은행 창립 기념식에서 이 고사성어를 말한 뒤 지금까지 기업은행의 경영 슬로건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말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나온다. 조조가 적벽에서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에 패한 뒤 도망가는 와중에 부하들이 산과 강을 맞닥뜨렸다는 핑계를 대며 도주로 찾기를 포기하려 하자 이들을 꾸짖으며 쓴 표현이다.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어 나가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 건너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자세로 임하면 극복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주석 시절인 지난해 11월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 고사성어를 쓸 정도로 중국에선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고객은 이후 조 행장의 요청으로 만난 자리에서 직접 붓글씨로 ‘봉산개도 우수가교’를 써서 조 행장에게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조 행장은 “저금리 등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극복해 보자는 의미로 직원들에게 강조했는데, 고객이 알아줘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박신영/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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