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대 정원 2배로…부족한 海기사 '숨통'

입력 2013-07-07 16:55
수정 2013-07-07 22:21
海기사 얼마나 부족하기에…20년된 선장의 '한숨'

"외국인 선원 없으면 원유 수입도 못할 판"
단계적으로 1500명 수준



정부가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 해사대학의 정원을 총 750명에서 15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항해사, 기관사와 같은 해기사 수급난 해소가 시급해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7일 “해운·조선업계의 고질적인 해기사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해양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와 교육부가 합의했다”고 말했다. 해양대 해사대학
정원이 늘어나는 것은 1977년 이후 36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우선 내년부터 한국해양대(해사대학 정원 360명)와 목포해양대(390명) 정원을 각각 60명과 150명씩 모두 210명 늘릴 계획이다. 이후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와 실습선(船)과 교수, 기숙사 확보 등을 위한 예산 관련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해양대 정원을 1500명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국공립대 정원을 축소하는 기조에서 해양대에만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반대했지만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해수부와 업계, 정치권의 목소리에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해기사는 선박의 운항을 담당하는 항해사와 선박기관을 다루는 기관사 등 간부급 선원을 말한다. 국내에서 해기사가 되려면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 해사대학을 졸업하고 3급 항기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해기사 수는 7315명, 부족한 해기사는 3000여명에 달한다.

3만급 벌크선을 이끄는 S상선 소속 김모 선장. 20년차 베테랑인 김 선장은 최근 1년 이상 배 위에서 생활하는 일이 잦아졌다. 예전에는 8개월 승선 뒤 휴가를 보냈지만 한국인 해기사가 부족해 요즘에는 휴가를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 해기사가 있더라도 선장과 기관장은 한국인이 맡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더욱이 선단의 간부급 선원 가운데 선장과 기관장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출신이어서 선박의 지휘·통솔도 쉽지 않다. 그는 “언어와 음식 차이는 물론 외국인 해기사끼리 똘똘 뭉쳐 행동하는 바람에 지휘에 따르지 않고 항명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며 “전쟁이 나면 해기사는 국가 전략 물자의 수송을 담당하는 중요 인력이지만 한국인 후배들이 양성되지 않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 해사대학 정원을 1500명까지 늘리기로 한 것은 현재 국내 해기사 인력 규모로는 1000척이 넘는 국내 외항상선(국외로 운항하는 배)을 이끄는 데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해운업체가 보유한 외항상선의 수는 1970년 96척에서 지난해 1034척으로 11배로 늘어난 반면 해양대 해사대학 정원은 같은 기간 320명에서 750명으로 두 배가량 느는 데 그쳤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올해 3000명, 2015년 5700명, 2020년에는 69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전문 인력이 부족하자 해운업체들은 외국인 해기사를 임시방편으로 고용하고 있다. 2006년 246명이던 외국인 해기사는 지난해 말 1624명으로 6.6배로 늘었다. KMI는 외국인 해기사 수도 2015년에는 3만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4월 한진해운 등 해운사들이 가입한 한국선주협회 등은 ‘해양 전문인력 양성 확대를 위한 추진협의회’를 발족, 해양대 정원을 늘려줄 것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게 정원 확대를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선원이 없으면 원유 등 수출입 물자의 수송도 차질을 빚을 정도”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지금의 전문인력 부족이 계속되면 일본처럼 국내 해운사들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일본은 임금이 낮다는 이유로 외국인 해기사를 늘린 결과 장기적인 핵심 인력이 줄어들고 해운업계가 침체에 빠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해양산업 발전을 위해 전문인력의 체계적인 양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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