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라이터의 대명사 'S.T.듀퐁'

입력 2013-07-05 17:15
수정 2013-07-06 03:37
임현우 기자의 '그 남자의 명품'


애연가들에게 휴대용 라이터는 없어선 안 될 필수품입니다. 하지만 어딜 가든 공짜로 나눠주고, 쉽게 빌릴 수 있어서인지 다들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잠시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라는 거죠. 명품 라이터를 접한다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 겁니다. 주기적으로 가스를 충전하고 청소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비싼 라이터를 쓰는 건 이유가 있죠. 담배에 불을 붙이는 짧은 순간에 고급스러운 품격을 표현해줍니다. 명품 라이터 마니아들은 이 물건이 주인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공전의 히트작 ‘라인 원’‘라인 투’

명품 라이터의 대표 주자는 프랑스 ‘S.T.듀퐁’입니다. 셔츠, 정장, 가방, 지갑, 펜 등으로도 유명하죠. 1872년 시몬 티소 듀퐁이 최상류층을 위한 고급 가방을 만들면서 창업한 S.T.듀퐁이 처음부터 라이터를 만든 건 아니었습니다. 세계 2차대전이 터진 이후 원단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손님도 줄자 일종의 ‘돌파구’로 라이터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가죽제품을 만들며 쌓은 금 세공기술을 활용, 1941년 세계 최초로 석유를 연료로 쓰는 휴대용 라이터를 발명했습니다.

1952년 내놓은 가스 라이터 ‘라인 원(Ligne 1)’ 컬렉션은 공전의 히트작이었습니다. 성인 남자의 손에 딱 맞춘 직사각형 디자인과 장인들이 손으로 세공한 고급스러운 무늬에 상류층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죠. 1972년에는 ‘라인 투(Ligne 2)’ 컬렉션으로 업그레이드됐습니다. 가격이 110만~130만원대에 달하지만 지금도 S.T.듀퐁 라이터 중 가장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600개 공정·300회 품질테스트

S.T.듀퐁 라이터의 상징은 라이터 덮개를 들어올릴 때 나는 ‘클링 사운드(cling sound)’입니다. 우리말로 옮기기가 참 어려운데, ‘퐁’ 하는 맑은 금속음을 생각하면 됩니다. 클링 사운드는 제품의 크기, 무게, 재질 등이 종합적으로 균형을 이뤄야 나오는 소리입니다. S.T.듀퐁 공장엔 이 소리가 제대로 나는지만 검사하는 ‘마담 클링(madame cling)’이라는 전문가들이 따로 있습니다. 라이터를 포장하기 전에 일일이 소리를 들어보고 만족스럽지 못하면 돌려보내는 게 이들의 업무입니다.

S.T.듀퐁 라이터 하나를 만드는 데는 100시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70개 부품을 600개 공정을 거쳐 조립하고, 300회의 품질 테스트를 거치기 때문이죠.

이 브랜드는 고전적 스타일만을 고수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에도 적극적입니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와 협업한 ‘몽 듀퐁(Mon Dupont)’은 도발적인 붉은색으로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모았죠. 올해 선보인 ‘탤리즈먼(Talisman)’은 공작석, 벽옥, 청금석 같은 희귀한 원석으로 장식한 한정판입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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