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SK, 로엔엔터 매각 후에도 주요 경영사항에 참여한다

입력 2013-07-04 13:21
플래닛 지분 전량 아닌 '50%+1주'만 팔기로
어피니티,칼라일 '파킹 딜' 수용할 지 촉각


이 기사는 07월02일(10:3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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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엔터테인먼트 매각을 추진 중인 SK그룹이 매각 후에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을 인수 후보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분 매각도 전량이 아닌 ‘50%+1주’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 칼라일로 압축된 인수 후보들이 이같은 조건을 받아들일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묘한 로엔엔터 매각
이번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1일 “로엔 최대주주(67.6%)인 SK플래닛이 어피니티와 칼라일 두 곳에 SPA(주주간협약) 초안을 보냈다”며 “SK측은 경영권을 넘기되 매각 후에도 로엔의 주요 사업, 비용 지출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 새 경영진이 SK와 협의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해놨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플래닛은 지분 67.6% 가운데 ‘50%+1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계속 보유할 예정이다. 매각측 관계자는 “몇 퍼센트의 지분을 팔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로엔을 SK그룹 내 계열사에서 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마이노리티 지분은 남겨 둬도 된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자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상 ‘증손회사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번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SK플래닛은 ㈜SK의 손자회사이므로 증손회사인 로엔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9월30일까지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SK는 제재를 받게 된다.

SK플래닛은 67.6% 외 시장에 분산돼 있는 나머지 지분을 공개 매수하는 계획도 세웠으나 비용이 과도하게 드는 데다 공개 매수 후 상장 폐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어 경영권을 제3자에 매각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국회만 바라보는 SK
경영상 판단이 아닌 타의에 의해서 매각이 진행되는 터라 이번 딜은 가격 외에 다양한 비가격적 변수들에 따라 매각 결과가 결정될 전망이다. 우선 SK측은 증손회사 규정이 개정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증손회사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인 국내 업체가 해외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투자를 유치할 경우 신설 법인이 증손회사라면 투자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한 투자 대기 금액만 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는 최근 장외 처분을 통해 자회사인 주차장 관리업체 ‘GS파크24’의 주식을 전부 GS에너지에 넘겼는데 GS파크24가 ㈜GS의 증손회사라는 이유에서다. GS칼텍스는 일본 기업과 합작법인 형태로 GS파크24를 보유하고 있어 100% 지분 보유가 불가능했다.

SK로선 2일 종료되는 임시 국회에서 증손회사 규정이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지만 NLL 이슈로 여야가 대치하고 있어 이번에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9월 정기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럴 경우 SK그룹은 로엔을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

SK가 구체적인 매각 일정을 못 박고 있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증손회사 규정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을 막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는데 SK그룹의 사례는 2011년 10월 SK플래닛이 SK텔레콤에서 분할되면서 로엔이 증손회사가 됐다”며 “애초 취지에도 맞지 않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도 일방적으로 제재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 대형PEF '파킹 딜' 수용할까
이에 따라 로엔 매각은 향후 SK측이 경영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안전 장치가 돼 있을 것으로 투자은행(IB)업계는 보고 있다. 인수자가 SK에 되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갖고 있거나, SK에 되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IB업계 관계자는 “SK가 어피니티, 칼라일 등 금융감독원의 규제를 받지 않는 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인수 후보를 압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PEF는 대출 형태의 투자를 제한하기 위해 마련된 ‘사모펀드 옵션부 투자 개정안’에서 자유롭다.

MBK파트너스가 주요 후보였다가 발을 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PEF업계 관계자는 “MBK가 역외펀드를 설립해 딜에 참여할 수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MBK는 국내 시장에 등록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금감원의 시선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피니티, 칼라일 둘 중의 누가 가져가더라도 ‘굴욕적’이라는 뒷말에선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PEF업계 관계자는 “해외 대형 PEF는 바이아웃 중심으로 투자를 해왔다”며 “금감원이 옵션부 투자 개정안을 마련한 것도 해외의 사례를 들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것인데 역설적이게도 해외 대형 PEF가 금감원이 제한한 옵션부 투자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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