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640m의 강원 평창군 고랭지 배추 산지. 공기는 서늘했지만 지난주 시작된 배추 수확으로 농민들의 손길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루 4000㎡(약 1200평)의 밭에서 28t(1만1200포기) 규모의 배추가 가락시장과 김치공장으로 보내지는 곳이다. 지난달 10일 취임 후 첫 산지 방문으로 이곳을 선택한 이상욱 농협 농업경제대표는 “계약재배 면적을 획기적으로 늘려 배추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업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중 하나가 배추 가격”이라며 “첫 방문지로 배추 산지를 택한 것도 이런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농협이 중앙회 차원에서 계약재배하기로 한 고랭지 배추는 전체 고랭지 배추 출하량의 28%인 5만t이다. 작년보다 8% 정도 많은 규모다. 농협은 지속적으로 계약재배 물량을 늘릴 방침이다.
이 대표는 “농협의 계약재배는 단순히 가격을 보전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농민이 밭을 관리하는 것은 파종 후 배추가 성장하는 60일 정도다. 방역·방재를 위한 농약 살포와 수확, 출하, 가락시장 경매에 이르는 전 과정은 농협에서 담당한다. 이 대표는 “고령화로 인해 개별 농가가 방역이나 출하작업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작업을 위해 동원하는 인력을 농협 단위로 계약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그 외에도 ‘배추출하조절시설’을 설치해 가격 급등락 시 출하량을 조절하고, 재배 초기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를 본 농가에 무료로 예비묘를 공급하고 있다.
농협은 2010년 배추 한 포기 가격이 1만5000원까지 치솟은 ‘금배추’ 파동 이후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해 강원지역을 관리하던 채소사업소를 전국 단위를 관리하는 기관으로 확장해 배추 수급량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계약재배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평창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임상묵 씨(62)는 “농협과 계약재배를 하면서 가격 변화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 농산물 유통 과정에 드는 비용을 세밀하게 조사하는 연구용역을 맡겨놓은 상태”라며 “결과를 바탕으로 각 유통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타당한 것인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창=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 8월 원유값 12.7% 인상…우유·유제품 가격 오를 듯
▶ 삼겹살값 올라도 속타는 양돈농가
▶ [취재수첩] '배추 국장'과 시장 경쟁
▶ 수입 농수산물마저…바나나·소고기·동태값 '훌쩍'
▶ 요상하네 한우값…도매가 떨어지는데 소매 올라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