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 미제라블' 코제트役 200회 연기 이지수 씨
파리 빈민가에서 우연히 부딪친 청년 마리우스에게 마음을 뺏긴 코제트. 짧지만 강렬한 눈빛을 나누고 헤어진 그를 생각하며 정원에 홀로 앉아 노래를 시작한다. “어쩜, 내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어쩜, 어느새 날 사로잡은 사랑….”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의 양녀 코제트가 부르는 ‘내 삶에(In my life)’ 장면. 맑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첫사랑에 빠진 처녀의 설렘과 떨림을 객석 구석구석에 전달한다. 성악을 전공한 소프라노들도 소리를 내기 힘든 ‘높은 파’ 음이 이어지는 멜로디에 사랑의 감정이 흐른다. 고음인데도 발음이 뭉개지지 않고 귀에 쏙쏙 들어온다.
지난해 11월 경기 용인에서 시작된 ‘레 미제라블’ 공연의 수확 중 하나는 코제트 역을 맡은 신인 배우 이지수(20·사진)의 발견이다. 이번 공연이 첫 무대인 그는 이 작품에서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배역으로 꼽히는 코제트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뮤지컬계 기대주로 떠올랐다. 3일 공연으로 200번째 출연한 그는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물이 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초반엔 그냥 노래를 부르고 주어진 지시를 따르기에 급급했는데 요즘은 제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있어요. 어색하기만 했던 러브신도 이젠 자신 있어요. 첫 키스 상대가 마리우스 역의 조상웅 오빠인데 한 번 공연에 두 번씩 키스하니 벌써 400번 정도 했네요, 하하.”
코제트는 이 작품의 아이콘과 같은 캐릭터지만 ‘잘해야 본전, 조금이라도 못하면 욕먹는’ 배역이다. 부르기 어려운 노래들을 잘 소화해도 연적인 에포닌의 애절한 독창곡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오히려 ‘밉상’ 캐릭터로 전락한다. 영국 제작진이 다른 주요 배역은 일찌감치 확정했지만 코제트 역을 쉽게 찾지 못하고 추가 오디션까지 진행했던 이유다.
“대학(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에 합격한 고3 겨울에 어릴 적부터 꿈꿔온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경험 삼아 본 첫 오디션에서 운 좋게 붙었죠. 그런데 코제트 노래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특히 ‘높은 파’ 음이 이어지는 부분에선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맘에 드는 소리와 발음이 나올 때까지 죽어라 연습하니 되긴 되더라고요.”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8월5일부터 뮤지컬 축제 한마당
▶ 오태석 씨 "진취적이고 즐거운 아리랑으로…恨 섞인 민족 정서 바꿔볼게요"
▶ 춤·노래·마임…카르멘이 기가 막혀
▶ 인기 뮤지컬 '애비뉴Q' 온다
▶ 배꼽 잡는 연극 한마당 7월 15일부터 대학로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