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여기서 헛발질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는 싫습니다."
3년 만에 자산운용사로 돌아온 서재형 대신자산운용 대표(사진)가 2일 취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 계획과 펀드 운용전략을 밝혔다.
그는 "금융회사는 '고객의 탐욕'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펀드 업계에 대한 자기 반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서 대표는 "금융회사들이 인기 있는 상품에만 치중하면서 고객에게 실망을 주고 외면받고, 또다시 신상품을 내놓고 사그러지는 일을 반복해왔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펀드 붐의 태동기인 2004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근무했다. 대표 펀드인 '미래에셋 디스커버리' 펀드의 운용을 맡아 이름을 날린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2011년엔 한국창의투자자문을 설립하고 1주일 만에 1조 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증시가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문사들의 수익률도 급락했다. 서 대표는 1년 만에 창의투자자문을 대신자산운용에 매각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지금 인기 있는 상품보단 1년 뒤에 고객에게 부끄럽지 않은 상품을 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신자산운용에 대해서도 "취임 후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제대로 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환골탈태의 의지를 드러냈다.
서 대표 취임 이후 글로벌운용본부에 대규모 충원이 이뤄졌다. 대체투자(AI), 헷지펀드 등 전 분야에서 인원 충원이 마무리되는 오는 9~10월께 새로운 조직 세팅이 완료될 예정이다.
그는 "수익률이 좋아지면 시장 평가는 저절로 따라온다" 며 "최소 2~3년은 보고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 취임 후 대신자산운용이 처음으로 내놓은 펀드 중 하나는 '대신 창조성장 중소형주' 펀드다.
그는 미래 한국 증시의 성장주는 중소형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주식만 바라보면 자산시장은 어려워질 것입니다. 한국경제는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었고 중국의 부상으로 국내 기업들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서 대표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만을 갖고 코스피가 더 오르기는 쉽지 않다" 며 "앞으로 국내 증시는 장기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남은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은 중소기업밖에 없다" 며 "현 정부의 정책 지원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중소기업 중심의 패러다임 변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주 고점 논란에 대해서도 '주식시장에서 투자할 종목이 없었던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치면 3000개에 가까운 종목이 있다며 소위 말하는 '해 먹은 종목'도 있지만 아직 숨겨진 우량주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시장 논리에 현혹되지 않고 실력으로 극복한다면 충분히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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