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시니카(Pax Sinica)는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의미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세계평화를 일컫는 ‘팍스 아메리카나’에 이어 나온 용어다. 팍스 시니카는 세계의 중심축이 서서히 중국으로 쏠리고 있음을 함축한다. 미국 중심의 ‘단극(Unipolar)’ 시대가 지고, 양축 시대의 막이 오른 것이다. 이른바 ‘G2(주요 2개국)’라는 말이 일상화된 지도 오래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해외 순방국으로 미국에 이어 중국을 선택한 것은 ‘팍스 시니카’ ‘G2’로 대변되는 중국의 위상을 공식 인정한 결과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 ‘거대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임금이 꾸준히 오르면서 중국의 수출액 중 외국투자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57.1%에서 2012년 49.6%로 줄었지만 해외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에 공장을 지으려 몰려든다. 급속히 커져가는 중국의 소비시장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는 생산공장으로의 중국, ‘셀 인 차이나(Sell in China)’는 소비시장으로의 중국을 상징한다. 13억명이 넘는 인구, 꾸준히 높아지는 국민소득이 소비의 원천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 경제에 이상 징후가 포착될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대는 이유다.
중국 경제는 질적으로도 눈부시게 성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최근 ‘사자성어로 풀어본 중국 경제의 변화’라는 자료에서 중국 경제 변천사를 ‘환골탈태(換骨奪胎)’ ‘괄목상대(刮目相對)’ 등으로 표현했다.
단순 가공무역에서 의료·정밀기기·컴퓨터 장비 등으로 산업구조가 바뀌고, 국제특허출원이 1만8627건(2012년 기준)으로 한국의 10배를 넘는 등 산업 자체가 업그레이드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2005년부터 9년 연속 글로벌 수출 1위 품목 최다 보유국이다. 2012년 중국의 무역액(상품 수출입)은 3조8667억달러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미국(3조8628억달러)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의 위상이 약화된 반면 중국은 꾸준히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높아지는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책임이 더 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권, 정치민주화는 중국의 오래된 아킬레스건이다. 올 들어 중국 경제가 삐그덕거린다는 분석도 많다. 유동성 위기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중국 증시가 크게 하락하고, 글로벌 증시 역시 동반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경제적 부침에도 불구, G2의 한 축인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데 거의 이견이 없다. 4, 5면에서 시진핑 시대의 중국, 경제 상황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Cover Story] 시진핑 시대의 중국… 정치는 보수·꿈은 우주로
▶ [Cover Story] 삐걱 대는 中國경제…세계 금융시장 '족쇄'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