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상반기 한경 주거문화대상] 대림산업, 20억弗 필리핀 정유프로젝트 '위용'

입력 2013-06-26 15:30
해외건설 대상 - 대림산업




대림산업은 해외 건설 시장에서 ‘소리 없이 강한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외형 성장에 치중해 저가수주에 나설 때도 원칙과 기본을 지키고 안정적인 수주를 지속하고 있다. 자사만의 컬러를 유지하면서도 성장과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대림산업이 해외 시장 진출의 정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림산업이 이번에 수상하게 된 프로젝트는 20억달러 규모의 정유플랜트 공사 덕분이다. 대림산업은 2011년 11월 필리핀에서 ‘페트론 리파이너리 마스터 플랜 2단계(RMP-2)’ 공사에 대한 착공지시서(NTP)를 받았다.

페트론사에서 발주한 이 프로젝트는 필리핀 마닐라 남서쪽 150㎞ 부근 바탄(Bataan)주 리마이(Limay) 지역에 있는 기존의 정유공장에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현대식 설비로 신·증설하는 사업이다. 대림산업은 상세 설계, 구매조달, 공사에 이르는 EPC 사업 전반을 단독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동남아시아에서 국내 업체가 수주한 프로젝트 중 수주금액 기준으로 최대다. 대림산업은 이 프로젝트에 기존의 EPC사업 분야뿐만 아니라 정유공장이 최적의 프로세스로 가동될 수 있도록 여러 특허권자들의 기술을 통합하는 작업인 프로세스 통합서비스와 기본설계 등 EPC 선행 작업에도 참여했다. 그동안 EPC 선행 단계에 해당하는 작업(소프트 워크)은 높은 기술진입 장벽 때문에 선진 EPC업체들만 경쟁하는 고부가가치 사업 분야로 평가받아 왔다.

대림산업은 해외 건설의 역사를 새롭게 써오고 있다. 1966년 1월 미 해군시설처(OICC)에서 발주한 베트남의 라치기아 항만 항타 공사를 87만7000달러에 수주했다. 같은 해 2월 초 공사 착수금 4만5000달러를 한국은행에 송금함으로써 ‘외화 획득 제 1호’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또 1973년 11월 사우디에 지점을 설치하고 아람코가 발주한 정유공장 보일러 설치공사를 도급금액 16만달러에 수주함으로써 ‘국내 최초의 중동 진출’과 ‘해외 플랜트 수출 1호’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후 대림산업은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 동남아 중국 등 총 26개국에서 화공플랜트, 발전플랜트, 댐, 도로, 항만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수행했다.

대림산업은 국내 건설 시장이 성장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진출 지역과 상품 다변화를 통해서 해외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주력 사업인 정유·가스플랜트뿐만 아니라 해외 발전플랜트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또 중동뿐만 아니라 동남아를 비롯한 신규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해외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와 프로젝트별 해외 영업 전문 인력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연초 기존 토목 건축 플랜트사업본부의 해외 영업인력을 통합한 해외 영업실을 신설했다. 해외 영업 통합 조직을 통해 사업본부 간 협업을 강화하고 입찰 및 집행 프로세스를 개선, 해외 영업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국내사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미미했던 토목과 건축 분야에서도 해외사업 비중을 늘려 갈 계획이다. 토목 분야에서는 대림산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해상특수교량, 해상풍력, 물ㆍ환경 사업에서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김윤 대림산업 부회장 "공사기간 철저히 지켜 발주처 신뢰 확보"

김윤 대림산업 부회장(사진)은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도 묵묵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는 임직원들에게 이번 주거문화대상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며 “임직원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에 세계 주요 발주처로부터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50여년간 대림산업은 세계 유수의 건설업체와 기술력을 다투는 설계·자재구매·시공(EPC) 업체로 성장해왔다”며 “발주처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공사 기간을 철저히 준수하는 회사로 각인돼 중동 플랜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또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설계를 제시해 발주처로부터 투자 및 유지·보수 측면에서 최고의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그동안 중동 및 동남아 시장에서 축적한 EPC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분을 투자하고 건설 후 유지 관리를 포괄하는 EPC플러스 사업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 건설업체에는 생소한 ‘디벨로퍼(developer)’ 위치를 선점,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디벨로퍼란 EPC뿐만 아니라 지분 투자 및 시설의 운영 관리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사업자를 말한다. 특히 김 부회장은 “민자발전(IPP)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IPP는 민간 업체가 투자자로 참여해 발전소를 소유·운영하며 투자비를 회수하는 모델로 도급 사업보다 수익성이 높은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은…기본·원칙경영으로 52년 연속 10대 건설사 유지

대림산업은 올해 창립 74주년을 맞은 국내 최고(最故) 건설사 중 하나다. 1939년 10월10일 인천 부평역 앞에서 부림상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건설 자재 판매회사로 시작, 1947년 대림산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 건설업에 진출했다.

대림산업은 1962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제도가 생긴 이래 52년 연속 10대 건설사의 위상을 지켜오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불확실한 투자를 남발하던 시기에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철저한 위기관리와 환경분석을 통해 수많은 국내외 경제 위기를 극복해 왔다. 나아가 위기를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기회로 삼아 국내 최초로 해외 건설 외화 획득, 업계 최초의 기술연구소 설립, 국내 최초의 아파트 브랜드인 ‘e편한세상’ 론칭, 현수교 기술 국산화 등 대한민국 건설 혁신의 역사를 이뤄 왔다. 대림산업은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과 과감한 건설 기술개발 투자를 바탕으로 대표 장수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대림산업은 건설 기술 자립화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확보를 위해 1980년 3월 건설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지난 4월 준공된 이순신대교는 순수 국산기술로 만든 최초의 현수교로, 대한민국을 세계 6번째 현수교 기술 완전 자립국으로 부상시켰다. 지난해 말 국내 최초의 냉난방 에너지 50% 절감형 아파트인 ‘e편한세상 광교’를 준공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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