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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호협력으로 예산 아끼고 전투력 향상 - 배우면서 커가는 민과 군
아이쓰리시스템 적외선 영상
일본도 2000년초 개발 실패…한국, 군 기술 받아 성공…세계 6개국만 기술 보유
효성 탄소섬유
국방과학연구원과 공동연구, 美·日과 3강체제 구축…2020년 매출 3조 목표
지난 4월 200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내며 미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보스턴마라톤 폭발 테러범이 극적으로 체포됐다. 덮개가 쳐진 모터보트에 납작 엎드려 숨어 있던 용의자를 찾아낸 주역은 경찰이 공중수색에 동원한 블랙호크 헬기였다. 테러범은 용의주도하게 도망쳤지만 미세한 열을 파악, 물체를 식별하는 첨단 적외선 카메라는 피할 수 없었다.
이 적외선 영상은 1991년 2월 걸프전에서 처음 선보인 군사용 기술에서 발전한 것이다. 당시 한 달여 진행된 미군의 공습에 시달리던 이라크는 미국이 지상전을 개시하자 설욕을 자신했다. 막강 화력이라는 평가를 받던 러시아산 T-52 전차를 믿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딴 판이었다. T-52는 미군 M1A1 전차에 참패했고 이로써 전쟁의 승부도 결판났다. 적외선 영상 기능을 탑재해 사막의 거센 모래바람과 야간전투에 최적화한 M1A1에 T-52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적외선 영상 기술은 영화나 TV 화면에 자주 등장한다. 익숙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 세계에서 6개국만 갖고 있다. 일본조차 2000년대 초 개발에 나섰다가 실패했을 정도다. 이런 고급 기술 보유국에 한국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과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출신이 주축이 된 아이쓰리시스템이라는 중소기업이 국방과학연구소가 주도한 핵심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해 2006~2009년 3년간 74억원을 지원받아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나로과학위성이 촬영해 지난주 언론에 공개된 한반도 열 영상도 이 회사 기술에 의존한 것이다.
야간 폭우 화재 연기 속에서도 적외선 영상으로 사물을 식별할 수 있어 한국군 주력인 K1 전차와 포병관측장비 등에 실전배치됐다. 자동차 의료 보안 환경 소방 등 민간 분야에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이끌고 있는 배수호 아이쓰리시스템 연구소장은 “외국에서는 차량에 장착해 야간 주행을 돕기도 한다”며 “적용 범위가 커지고 있는 만큼 수율을 높여 가격을 낮추게 되면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군이 주도한 적외선 센서 기술과 달리 개발 단계서부터 민간이 주축이 된 성공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품목이 효성이 미래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탄소섬유다. 자동차 차체와 항공기 자전거는 물론이고 골프채 스케이트화 풍력발전기 LNG 가스통 등 활용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이 기술은 효성기술원이 국방과학연구소와 협력해 2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개발했다. 효성은 미국과 일본이 90% 이상을 과점 중인 이 시장에서 3강 체제를 구축한다는 구상 아래 과감히 투자해 지난달 연 생산 2000톤 규모의 전주 공장을 준공했다. 올해 매출 600억원으로 시작해 2020년 목표는 3조원에 이른다.
민군 협력사업의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말 민군겸용기술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정부지원금 1억원이 무려 15억4000만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 지원도 확대하는 추세다. 2009년 354억원이던 관련예산이 2011년에는 480억원, 2013년엔 572억원으로 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성장엔진으로 국방과학기술을 거론해 더 힘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연구개발(R&D) 예산을 가진 정부 9개 부처가 공동발의한 ‘민군겸용기술사업촉진법’ 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했다. 부처 R&D 예산의 일정 비율을 민군협력사업에 배정하는 등의 지원방안이 담겨 있다. 고정호 국방과학연구소 민군기술협력진흥센터장은 “미국은 스핀오프(spin-off)라 부르는 군사기술의 민간 이양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다 1990년대부터 민과 군의 기술 공동활용에 중점을 둔 ‘듀얼 유즈(dual-use)’ 전략으로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한국도 민군 협력 패러다임을 강화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덕테크노밸리=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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