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한·중 정상회담이 주목받는 이유

입력 2013-06-24 17:32
수정 2013-06-25 05:39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돌아가겠다. 배를 잡아놔라.”

2001년 11월13일 금강산에서 열린 6차 남북장관급 회담 남측 수석대표였던 홍순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남측 상황실에 다급하게 지시하고 협상에 배수진을 쳤다. 북측이 회담 의제와 무관한 9·11테러와 관련해 남측의 비상경계태세를 비난하자 홍 장관은 쓴소리를 하고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인내심을 갖고 합의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청와대의 뜻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결과는 홍 장관 경질.

2006년 10월25일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북한의 핵실험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은 이렇게 통일부 장관의 운명을 쥐락펴락했다.


통일부 장관 운명 쥐었던 북한

햇볕정책을 내세운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도 대북 지원책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회담의 주도권은 북한이 틀어쥐었다.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기 일쑤였다. 북한이 새벽에라도 회담을 재개하자고 하면 남측 대표들은 군말 없이 눈곱을 비비며 응하곤 했다.

북한은 받을 건 받으면서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은 내키는 대로 했다. 북한의 오만함은 그들의 대외홍보용 주간지 통일신보의 2006년 7월호에 잘 나타나 있다. “6·15 공동선언 이후 남한에서 북한 지도자의 영향력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남측) 여야의 주요 정객들이 북을 방문해 장군님의 접견을 받아야만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상황은 확 달라졌다. 정권 출범 땐 ‘비핵개방 3000’을 모토로 획기적인 대북 지원책을 내놨다. 이런데도 2008년 7월 남측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이명박 정부 5년은 ‘비핵개방 3000’을 시작도 못한 채 시종 북한과 냉각기를 보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 대통령은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선언, 10·4 선언 등 기존의 약속들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진전될 수 있다는 예측들이 나왔다. 그렇지만 북한을 대하는 방식에선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확연히 다르다. 원칙주의, 상대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박 대통령의 말 속에 대북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각에선 자칫 MB정부 때의 꽉 막힌 남북관계 전철을 밟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북한 태도 변화시킬 기회

그러나 결정적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 바로 중국의 태도다. 중국은 그동안 고비 때마다 북한 편을 들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 ‘결정의 순간들’에 따르면 부시는 2002년 10월 장쩌민 당시 중국 주석에게 핵문제와 관련,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압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장 주석은 “당신의 문제”라며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후진타오 전 주석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시 주석의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 미·중 양국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공영하자는 것)’ 가동에 북핵은 걸림돌이다.

때문에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은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다. 다만 중국은 한·미와 북핵에 대한 톤을 완전히 맞추지는 않고 있다. 한·미는 핵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기 이전엔 대화는 안된다고 하지만 중국은 일단 만나서 해법을 찾자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런 틈을 메우고 북한의 확실한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도록 해야 하는 몫은 박 대통령에게 있다.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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