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호 유엔주재 北 대사 "美와 언제든 전쟁 가능…비핵화 절대 수용 못해"

입력 2013-06-22 02:27
벼랑 끝 몰린 북한의 美 끌어내기 전략?
"남측 조건 철회해야 대화 가능…정전협정 대체할 시스템 필요"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사진)는 21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 브리핑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핵위협이 지속되는 한 북한의 핵 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며 “미국의 적대적 태도가 계속되면 언제든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비핵화는 남북 모두에 해당하는 것으로 북한만의 비핵화는 절대 수용 못한다”고 강변했다.

한번도 상황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자청해 나온 신 대사는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도 철수해야 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한번도 평화 정책을 위해 현재의 정전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신 대사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의 핵 개발 정당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 회담에 미국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신 대사는 최근 라오스에서 북송된 탈북청소년들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북한의 인권상황은 전혀 문제 없다”며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또 “남한 측에서 (장관급 회담 참석자로) 특정인까지 지정하는 상황에서 남북 대화가 재개될 수 있겠느냐”며 “무산된 남북대화와 관련한 조건을 철회하지 않는 한 재개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반도 긴장 완화 차원에서 북한이 다시 대화 재개를 제안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남한 측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공을 넘겼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기자회견을 연 것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 이후 3년 만이다. 유엔 소식통은 “북한이 예고 없이 갑자기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을 방문 중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21일 중국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나 “6자 회담을 포함한 어떤 형태의 대화도 희망한다”며 “북한은 한반도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제1부상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이라고 재차 밝힌 뒤 “북한과 중국 간 장기간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더욱 진전시키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핵 개발을 비판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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