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네이버의 새 '심장' 들어가보니…2억 명의 기록이 흐른다

입력 2013-06-21 08:44
수정 2013-06-23 20:48


지난 20일 서울에서 약 2시간을 달려 도착한 강원 춘천시 구봉산 중턱. 춘천 시가지 동쪽을 병풍처럼 둘러싼 이 산 자락에 NHN이 구축한 새로운 심장이 뛰고 있었다.

국내 포털 1위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지난 2년 간 이곳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지었다. 국내 인터넷기업 최초의 자체 데이터센터다. 이전까지 KT 등 세 개 회사의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쓰던 NHN이 '셋방살이' 신세를 벗어난 것이다.

이제 네이버 이용자 약 5000만명과 모바일 메신저 라인 사용자 1억7000만명이 기록하고 받아보는 모든 기록은 이곳을 거치게 된다. 이날 박원기 정보기술(IT)서비스사업본부장은 "네이버와 라인의 늘어나는 데이터 속도를 임대 서버가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 사용자들은 초당 4000회 이상의 검색어를 입력하고 초당 2300통 가량의 메일을 서로 주고받는다. N드라이브는 매일 2000만 개 이상의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축구장 7배 크기로 5만4229㎡ 의 부지(약 1만6000평) 위에 건립된 센터가 모습을 드러내자 기자들 사이에서도 탄성이 흘러나왔다. 센터는 본관 1개동과 서버관 3개동 등 총 4개동으로 이뤄져 있었다.

대부분 기업의 IDC가 '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NHN은 최첨단 과학기술을 총 동원했다.

건물 외관부터 독특했다. 건물 내부 서버실과 통풍이 될 수 있도록 외관을 루버(가느다란 널빤지로 빗대는 창살)로 만들었다. 거대한 루버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평행하게 늘어서 있어 그 틈 사이로 바람이 들어왔다. 이 루버들은 태양의 직사광선과 바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각도를 계산해 설계됐다고.



NHN은 서버도 자체 개발했다. 35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서버의 뒷면을 통해 발생하는 더운 공기들이 찬 공기와 뒤섞이지 않도록 서버 배치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전기 사용이 적은 밤에는 심야 전력을 활용해 얼음 또는 냉기를 만든다. 전력난이 피크일 때를 대비한 것. NHN이 춘천을 택한 이유도 수도권 지역에 비해 평균 기온이 1~2도 낮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NHN 관계자는 이같은 노력에 대해 "에어컨을 트는 대신 선풍기를 활용하는 것과 같다"며 "다른 IDC가 100원 어치의 에너지를 쓸 때 NHN은 27원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NHN IDC에 주어지는 전기 용량으로 운영할 수 있는 서버는 계산상 9만 대"라며 "그러나 이같은 에너지 절감 노력을 통해 11만 대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까지는 NHN의 서버 2만 여대가 이곳으로 옮겨올 예정이다.

NHN은 이 센터의 이름을 '각(閣)’'이라고 지었다.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경남 합천 '장경각'에서 따온 것이다. 장경각의 정신을 이어 21세기 데이터 기록들을 후대에까지 안전하게 물려주겠다는 의지라고.

그러나 한편으로는 NHN이 기록을 보다 안전하고 오래 손에 쥐게 됐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NHN의 각은 막강한 정보 권력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는 업계의 우려도 있다. 동시에 국내 인터넷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는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경각은 팔만대장경을 잘 보존할 수 있는 천혜의 장소였지만 권력은 쥐고 있지 않았다. 21세기 장경각을 꿈꾸는 NHN이 늘 고려해야 할 점이다.

춘천=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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