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협약 조선사에 돈 빌려준 은행 '비상'

입력 2013-06-19 17:24
수정 2013-06-20 02:50
은행 "부실여신 비율급등·자금조달 애로" 반발
조선 3社만 약 8조원…STX 포함땐 13조원


자율협약 기업에 대한 대출이나 보증을 ‘부실채권(NPL)’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은행들은 이렇게 되면 부실채권 비율이 급등해 자금조달 비용이 비싸지고,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장 자율협약에 들어간 STX그룹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은행들의 주장이다.

○부실채권 비율 급등 우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자율협약 기업인 성동조선해양·대선조선·SPP조선 등 3개사 채권은행들에 최근 공문을 보내 3개사에 대한 대출을 ‘요주의’에서 한 등급 아래인 ‘고정’으로 바꾸도록 지도했다.

이는 감사원이 지난달 말 발표한 우리금융그룹 감사 결과 우리은행이 3개사에 대한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감사원은 “3개 조선사의 재무상태를 분석한 결과 자율협약을 통한 재무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경영정상화가 어려운 상태이며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손상여신’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이 방침을 그대로 따를 경우 부실채권 비율이 크게 높아진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은행들은 여신을 건전성 정도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가지로 분류한다. 이 중 ‘요주의’는 부실채권이 아니지만 3개월이상 연체된 여신인 ‘고정’부터는 부실채권으로 간주된다. 3개사에 대한 채권단 여신은 7조8700억원에 이른다. STX조선해양도 같은 규제를 받게 될 경우 은행권은 12조7500억원의 여신을 부실채권(고정)으로 분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성동조선 채권 중 절반가량인 2조여원을 갖고 있는 수출입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6~0.7% 수준에서 2% 이상으로 급등할 전망이다.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지면 연간 100억달러가량 발행하는 해외채권 발행 비용이 높아지고,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3개사에 대한 채권이 많은 우리은행도 연말 부실채권 비율(전망치)이 1.8% 수준에서 2%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감원은 이미 각 은행에 이들 회사에 대한 여신의 충당금을 고정 수준으로 쌓도록 했기 때문에 추가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협약 참여 꺼릴 것”

은행들은 이 같은 방침이 자율협약 업체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을 어렵게 만들고,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을 방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만큼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지면 은행들은 자율협약에 아예 참여하지 않으려 하거나 추가 지원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라며 “자율협약보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가자는 주장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자율협약에 들어가 있는 STX그룹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이 해당 여신을 임의로 ‘경영정상화가 어려운 상태’로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각 회사에 대한 실사를 거쳐 자율협약을 체결한 것은 회사를 살려서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인데, 자율협약 체결 초기 재무제표만 보고 임의로 경영정상화가 어렵다고 예단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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