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강한 수출中企] 태성유화, 플라스틱 원료 들고 아프리카 돌고 또 돌고…수출 年5900만달러

입력 2013-06-19 15:30
외환위기 직후 남아공 진출…中기업으로 오해받아 피해도
컨테이너로 기한 못맞추면 비행기로 물자 실어나르기도
매년 바이어 한국 초청…이미지 개선·신뢰 높여
잠비아·말라위·모잠비크 등 아프리카에 100명 바이어 확보



짐바브웨 말라위 모잠비크.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그런데 이런 낯선 나라만 찾아다니며 무역을 하는 기업이 있다. 플라스틱·화학 관련 원자재 및 기계류를 만드는 태성유화(회장 백영철)다.

○무(無)에서 시작한 남아공 수출

이 회사는 1998년 처음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진출해 인근 짐바브웨, 잠비아, 말라위, 모잠비크, 탄자니아, 케냐 등으로 수출 전선을 넓혔다. 현재는 아프리카 전역에 100여명 이상의 바이어를 확보하고 있다. 태성유화가 판매 수출하는 품목은 플라스틱 원료와 플라스틱 가공 기계(사출기, 제대기, 압출기, 인쇄기) 등이다.

태성유화가 수출전선에 나서게 된 것은 외환위기 때문이다. 1997년 당시 내수기업이었던 태성유화는 거래 기업들이 부도를 내면서 위기에 처했다. 이를 계기로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수출 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남아공에 첫 발을 디딘 것은 시장 잠재력 때문이었다. 백 회장은 “생산 시설이 거의 없어 국내의 질 좋은 원재료를 가져와 판매하거나 생산 설비를 제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개척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남아공 진출 당시 현지에선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거의 전무했다. 동양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현지 특성상 중국인이라는 오해도 받았다.

장벽도 있었다. 남아공은 백인과 인도계 아프리카인들이 재계를 주름잡고 있었다. 이들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정착한 지 오래돼 뿌리 깊은 지역 기반을 두고 있었다.

백 회장은 이 시장을 뚫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쳤다.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수시 방문을 통해 바이어들과의 신뢰를 쌓아갔다.

그는 한 번 가면 3개월 이상 아프리카에 체류했다. 1년 중 절반은 현지생활을 했다. 영업을 위해서라면 400㎞가 넘는 거리에 있는 소규모 생산업체도 찾아갔다.

현지 전시회도 적극 활용했다. 그는 2003년 남아공에 플라스틱 한국관을 만들어 홍보에 나섰다. 남아프리카 최대 규모인 ‘프로팍 아프리카’에도 매년 참석하고 있다.

○“제품이 아니라 문화를 홍보한다”

백 회장은 바이어들을 위한 초청 행사에도 열심이다. 매년 3~7개 회사의 바이어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1주일간 여수 석유화학단지, 기계 제조사, 동종 업계의 한국의 발전된 생산시설을 견학시켜준다. 박물관, 민속촌, 고궁 등에도 꼭 데려간다. 백 회장은 “단순히 한국 제품을 알리는 것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이미지와 한국인에 대한 믿음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또 다른 무기는 ‘신용’. 화물선으로 보낸 컨테이너가 제때 도착하지 않을 경우 신용을 지키기 위해 값비싼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현지 다른 바이어의 도움을 받아 대체 물량을 공급하기도 한다. 불만 사항이 접수됐을 때 ‘선(先) 문제해결-후(後)협의’ 원칙도 고수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1998년 해외 영업을 시작한 이래 2000년 ‘100만불 수출의 탑’, 2002년 ‘5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0년엔 ‘3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지난해 수출액은 5900만달러. 전년 대비 50% 늘었다.

○다양한 아프리카 지원활동까지

태성유화는 현지인들을 위한 사회공헌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학교에 컴퓨터를 기증하거나 풍토병 발생 시 의료지원 활동도 하고 있다. 2007년엔 짐바브웨 중앙은행과 바이오 디젤 공장을 합작 설립하기도 했다.

백 회장은 “무역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물건만 수출하고 돈을 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국가와 제품을 뛰어넘어 한국 알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다수가 빈곤한 아프리카 국가의 발전에 힘을 보태며 풍부하고 질 좋은 각종 광물을 한국에서 수입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양국이 윈윈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현지 대학에 장학금·물품 기부…세계 유일 짐바브웨 명예대사

백영철 회장 오지도 마다않고 달려가…영업현장서 끈끈한 정 이어가
2006년부터 명예대사 활동…양국간 물적·인적 교류 확대

백영철 태성유화 회장(54·사진)은 “아프리카인들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친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백 회장은 1986년 태성수지를 설립, 1990년 법인전환을 하면서 회사 이름을 태성유화로 바꿨다.

사업 시작 때는 폴리프로필렌 제품을 국내 기업에 판매했으나 1998년부터 남아공에 진출해 맨주먹으로 현지 바이어를 발굴했다.

또 이듬해부터 인근 국가의 오지도 마다하지 않고 맨투맨 영업으로 100여곳이 넘는 바이어를 확보했으며 그 관계를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2006년엔 주한 짐바브웨 명예영사로 임명돼 양국 간 물적, 인적 교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짐바브웨 명예영사는 단 한 명뿐”이라며 “그만큼 짐바브웨 정부의 신뢰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신뢰는 곧 사업 기반 확대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백 회장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끼리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이 같은 경영방침은 큰 역할을 했다. 진출 당시 아프리카 사람들은 한국인을 중국인으로 오인하고 거래를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백 회장은 “당시 아프리카 사람들이 중국인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며 “이 때문에 한국인까지 덩달아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그는 “고객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행사를 시작하고 교류를 늘리며 신뢰를 쌓았다”며 “이는 아프리카인들에게 다가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에 큰 사회적 책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태성유화는 매년 일정액의 장학금을 교육기관에 기부한다. 또 주력 시장인 아프리카에도 기부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짐바브웨 국립대학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컴퓨터도 기부하고 있다.

백 회장은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지만 사람은 사업을 통해 사람을 얻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기부 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프리카에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전파하겠다”며 “이를 통해 아프리카에 진출할 우리 기업들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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