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변리사들이 말하는 창조의 세계
변호사·변리사 4명으로 출발…전직원 110명으로 성장
전체 사건 중 55%가 지재권 관련…심판 대리 건수 특허법인 중 1위
출원보다는 심판 쪽에 전문화…분쟁 발생시 해결사 역할 톡톡
“다래에서는 공대 출신이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어요.”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출신 박석민 변호사. 다양한 스펙으로 무장한 로스쿨 출신이 아닌 사법연수원 출신이다. 이만한 경력이면 웬만한 대형 로펌들도 관심을 가질 만하지만 지식재산권 전문 1호 로펌인 다래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올초에 합류한 두 명의 변호사도 모두 서울공대 출신이다. 전체 17명 변호사 가운데 7명이 이공계 출신이고, 변리사는 19명이다. 1998년 특허법원 개원 당시 초대 판사를 지낸 박승문(사법연수원 13기)·조용식(15기) 변호사와 특허법원 기술심리관 출신인 김정국(전기·전자)·윤정열(기계) 변리사 등 4명으로 출범한 ‘꼬마로펌’이 전체 직원 110명의 중견 로펌으로 성장했다. 열린 마인드로 미래를 내다본 창업자들이 이공계분야 전문가들을 집중 영입해 지식재산권 한우물을 판 결과다.
박승문 대표는 “국내 법률시장 규모가 2조~3조원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대형 로펌들로 쏠림현상이 일어나면서 중견로펌들의 성장동력이 고갈되고 있다”며 “15년 전 다래 설립 당시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국내 기업들과 로펌의 향후 먹거리는 지식재산권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지키느냐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래는 지식재산권 관련 사건이 전체 법원 사건의 55%를 차지할 정도로 지재권에 특화돼 있다. 다른 특허법인과 비교해서도 심판 대리 건수에서 수위를 점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총 457건(상대방이 특허청이 아닌 일반 기업이나 개인인 당사자계 기준)의 특허심판을 대리, 전체 특허법인 중에서 1위를 기록했다. 다래는 또 출원보다 심판 쪽에 더 전문화돼 있다. 이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는 의미다. 다래의 고객이 다른 로펌이나 변호사인 경우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을 때 변호사·변리사들도 다래를 찾을 정도로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3월 일본 기업을 상대로 로열티 지급계약을 변경한 것은 다래의 실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다래에는 기술경영팀이 있다. 단순 자문이 아니라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진짜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3년 전쯤 국내 자동차부품 회사에서 이 팀에 SOS를 쳤다. 1996년 맺은 계약 때문에 매년 15억원가량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데 계약을 다시 검토해줄 수 없겠느냐는 하소연이었다. 박지환 변호사를 비롯한 팀원들은 달리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계약 해지를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최악의 경우 계약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물거나 제품 제조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종합적인 검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계약 해지 통지서를 일본 측에 보내자 난리가 났다. 하지만 그럴수록 전략적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강하게 밀어붙여 6개월째부터는 협상이 시작됐고, 1년6개월 만에 협상이 타결됐다.
그 결과 로열티는 향후 5년간 25억원만 지급하고 기타 기술제휴계약 중 불합리한 조항까지 모두 삭제하는 조건을 이끌어냈다. 박지환 변호사는 “한·일 양국의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등 관련 법을 꿰고, 어학전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처리하기 힘든 사건이었다”며 “중소기업에 기술경영 토털서비스가 필요함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2006년 전담 부서를 구성한 이래 업계 최고 수준에 오른 ‘IP(지식재산권) 전략 사업화팀’ 역시 다래의 자랑거리다. 이 팀은 R&D(연구개발) 기획 단계부터 제품화 전략, 라이선싱과 기술사업화 등 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술 분야별 석·박사급 인력과 기술거래사 특허분석사 기술가치평가사 등의 전문 인력들을 포진시켜 놓았다. 또한 ‘국가 R&D 특허동향 조사 사업’을 포함해 특허청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및 공공기관의 특허 관련 사업에도 적극 참여, 매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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