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효과 2650억유로…양측 일자리 200만개 생겨
EU 문화산업 의제서 제외…양측 협상과정 난항 예상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다음달 미국 워싱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등은 17일(현지시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개막된 북아일랜드의 휴양지 로크에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달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과 EU 간 FTA를 위한 첫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양측이 지난 2월 협상 개시에 공식 합의한 지 5개월 만이다. 관세를 철폐할 뿐 아니라 각종 규제와 무역표준을 통합한다는 점에서 세계 무역 질서의 근간을 바꿔놓을 협상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EU가 FTA를 맺는 방안에 대해 처음 논의를 시작한 건 1990년대 중반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에도 이야기가 오고 갔다. 하지만 27개 회원국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야 하는 EU의 상황과 미국 정치권의 복잡한 역학관계 때문에 계획은 한번도 구체화되지 못했다. 이번에도 문화산업을 의제에서 빼야 한다는 프랑스의 반대로 협상 개시가 한 달가량 늦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달리 협상이 현실화된 것은 미국과 유럽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 상황과 관련이 깊다. 양측 모두 경제 성장을 이끌어갈 다른 돌파구가 없기 때문이다. 막대한 정부 부채로 더 이상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수년째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통화정책을 확대할 여력도 없다. 결국 무역을 통해 성장 정체 문제를 타개해 보겠다는 게 정치 지도자들의 계산이다. 캐머런 총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측에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사상 최대 규모의 FTA”라며 “한 세대에 한 번 정도 찾아올 이번 기회를 우리는 잡기로 결정했다”고 말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양측은 앞으로 2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유럽은 오는 8월 EU에 합류하는 크로아티아를 포함해 28개국 회원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독일의 이포 인스티튜트가 17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의 FTA로 유럽 각국이 얻을 경제적 이익은 적지 않게 차이가 난다. 영국은 GDP가 9.7% 늘어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독일과 프랑스의 GDP 증가율 전망치는 각각 4.68%, 2.64%로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게 돌아갈 것으로 분석됐다.
EU는 지난주 마라톤 회의를 통해 문화산업을 협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프랑스의 주장을 일단 수용했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계속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이 금융 등 다른 산업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이 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양측에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많겠지만 작은 걱정거리보다는 큰 그림에 집중하면 높은 수준의 협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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