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누가 키웠나] 주민 반대에 막힌 밀양 송전탑…7년간 장관 6명 '허송세월'

입력 2013-06-18 17:08
수정 2013-06-19 02:08
(1) 골칫거리 미루는 장관

이윤호의 '연료비 연동제' 후임 최중경이 제동
DJ정부때 시작한 전력 민영화도 '용두사미'



“내 임기 중에 책임질 일은 안 해(not in my term).”

전력 문제를 담당하는 주무 장관들의 난맥상 중 하나로 지적되는 현상이다. 처리하기가 워낙 골치 아파 책임지기 싫은 일을 후임에게 떠넘기는 고질적 태도다.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가 그렇다. 6명의 옛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 장관을 거쳤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는 선임 장관과 후임 장관의 손발이 맞지 않아 도입해 놓고서도 시행을 미루고 있다. 장관마다 입장이 달라 전력산업구조 개편(민영화) 작업은 도대체 완결판이 뭔지 모를 지경이다.

○후임에게 ‘악성 유산’ 떠넘기기

송전탑 건설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를 건설하는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전력공급 정책의 핵심축이다. 하지만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에서 생산될 전기를 전달할 밀양 송전탑 건설은 현지 주민의 반대와 정부의 설득 실패로 공사 재개와 중단이 반복되고 있다.

이 사업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이 확정했지만 후임인 김영주 장관, 이명박 정부의 이윤호, 최경환, 최중경,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해결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를 또다시 물려받았다.

지경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밀양) 문제가 발생한 초기부터 국민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성의를 다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장관들의 직무유기를 “‘not in my term’ 현상이 반복돼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밀양 문제만 7년을 허송세월했는데 앞으로 10년 동안 전국에 설치해야 할 1683개 송전탑과 1904㎞ 거리의 송전망 공사는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선임 장관 정책 결정을 뒤집기도

전기요금 합리화 방편인 연료비 연동제는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우라늄 등 발전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인상하는 제도다. 3개월간 평균 연료 수입가격을 2개월 시차로 적용하는 것이다.

2009년 7월 이윤호 장관이 “전기요금은 기본적으로 원가연동 체계가 큰 방향”이라고 밝힌 후 2011년 7월 도입됐다. 한국전력이 발전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전기를 판매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후임 장관이 제동을 걸었다. 연동제가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실세 장관으로 통하던 최중경 장관은 연동제 시행을 두 달 앞둔 2011년 5월 “물가 당국과의 조율이 있어야 한다”며 시행 유보를 예고했다. 이후 연동제는 연료비로 오른 전기요금 분을 한전이 전기 소비자들로부터 받아야 할 장부상 미수금으로 회계처리하는 기형적 정책이 돼버렸다.

○말만 요란하고, 실행은 지지부진

전력산업구조 개편은 김대중 정부 때 시작됐다. 우선 1단계로 한국전력에서 6개 발전 자회사를 분리했다. 이어 2단계로 한전의 배전·전력판매 부문 분할이 예상됐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 관련 논의를 중단했다.

이후 2008년 10월 구조 개편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발전연료 구매력 약화를 이유로 발전 부문을 한전과 재통합해야 한다는 주장과 배전·전력판매 부문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 혼재했다. “지경부에서 해결할 수 없으면 총리나 대통령 산하로 위원회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그러자 당시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전기 분야 민영화는 현 정부에서 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고,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대응했다.

반면 후임인 최경환 장관은 2010년 7월 “세계적으로 전력산업을 독점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구조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해 8월 발전 6개사 중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화력발전 5개사를 시장형 공기업으로 추진한다는 어정쩡한 개편안을 내놓는 데 그쳤다. 국민들은 상황에 따라 표변하는 제각각의 목소리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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