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日 스포츠계와 하시모토의 공통점

입력 2013-06-17 17:21
수정 2013-06-18 00:17
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


카메라 플래시가 어지럽게 터지는 기자회견장. 백발의 노신사가 머리를 땅에 닿도록 조아린다. “정말 죄송합니다.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습니다.” 지금까지 일본엔 이런 모습이 흔했다. 여기에 ‘할복’이라는 선정적인 단어까지 더해져 대외적으로는 ‘책임의식이 강한 일본인’이라는 피상적인 이미지가 형성됐다.

지난 12일 일본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일본야구연맹(NPB) 회의실. 가토 료조 NPB 커미셔너(총재)가 기자들 앞에 앉았다. 이날 기자회견 주제는 NPB가 공인구(球)의 반발력을 높인 사실을 은폐해 왔다는 것. 올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이상할 정도로 많은 홈런이 쏟아졌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언론이 은폐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직후였다.

가토 커미셔너가 앉자마자 질문이 쏟아졌다. “일본 공인구의 반발력을 높였다는 사실을 왜 프로야구 구단에조차 알리지 않았습니까?” 그는 “난 모르는 일이었다”고 딱 잡아뗐다. 그리고는 옆에 동석한 실무자를 쳐다봤다. NPB 실무자는 “반발력 조정 사실은 극히 일부만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질문은 다시 가토 커미셔너를 향했다. “NPB 내에서 구체적으로 몇 명이 알고 있던 사실입니까?” 그는 못마땅하다는 듯 기자들을 둘러본 뒤 “그게 왜 중요하냐”고 되받아쳤다. 사퇴 의향이 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일본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동문서답을 했다. 기자회견 후 일본 여론은 들끓었다. ‘어이없는 답변’이라는 비판이 주류였다. 언론에는 연일 가토 커미셔너가 자진사퇴해야 하며,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우에무라 하루키 일본유도연맹 회장도 엉덩이가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연맹 간부의 성추행과 공금 유용, 선수 폭행 등 유도연맹을 둘러싼 스캔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자 유도선수가 자살을 시도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런데도 그는 지난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유도계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 내가 맡은 책무”라며 사퇴 여론을 묵살했다.

“위안부가 뭐가 문제냐”며 강제 동원 사실을 끝까지 부인하는 하시모토 도루 일본유신회 공동대표. “침략에 절대적 정의는 없다”며 과거를 부정하는 아베 신조 총리. 사죄에 인색한 것도 닮은꼴이다.

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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