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G20회의때 정상들 무차별 도청·해킹"

입력 2013-06-17 17:17
수정 2013-06-18 02:23
가디언, 스노든 기밀문서 폭로

모든 통신 감청 … 美 등과 공유
인터넷 카페로 ID·암호도 수집
美, 中 스텔스기 기밀유출 시도


영국 정부가 2009년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참가국 관리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해킹과 도청을 벌였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이 17일부터 북아일랜드 로크에른에서 G8 정상회담을 연다는 점에서 이번 보도가 큰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통신감청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는 2009년 4월과 9월에 각각 열렸던 G20 정상회담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회원국 대표단의 이메일 및 전화 통신 내용을 24시간 내내 몰래 수집했다. 한국도 G20 회원국으로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런던을 방문했다.

GCHQ는 G20 회의 당시 각국 정상 및 관료들의 통화 내역을 도청한 것은 물론 G20 행사 전용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대표단 실무자들이 그곳에서 서로 소통하도록 유도했다. GCHQ는 이 인터넷 카페에 접속한 대표단 관리의 로그인 정보를 확보하고, 접속 아이디와 암호 등도 캐냈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 감청·해킹 시스템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기밀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특히 이 문서엔 “NSA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에 참석했을 때 그의 모든 통신을 감청했다”며 “그 내용은 영국과 호주,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과 공유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에 대한 기밀자료도 빼내려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다고 중국 관영 CCTV가 이날 보도했다. CCTV는 “미국 정보기관은 중국이 자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인 ‘J-20’의 기밀자료를 빼내려고 요원을 공장에 침투시키고 관련 연구원들에게 뇌물도 제공했다”며 “그러나 결국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J-20는 중국 쓰촨성 청두에 있는 국영회사인 청두항공공업그룹이 연구개발 및 제조를 맡고 있다.

CCTV는 “미국은 수년 동안 정찰위성과 정찰기 등 다양한 장비를 동원해 중국을 꾸준히 감시해왔다”며 “중국의 사이버 공간도 이미 15년 전부터 미국의 감시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베이징=김태완 특파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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