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대국 일본의 몰락

입력 2013-06-17 17:15
수정 2013-06-18 03:23
영화같은 그래픽·줄거리…美·유럽 개발게임 급부상
소니, 주요작 80% 서양게임…국내서도 LOL 등 점유율 높아


세계 게임시장에서 서양 게임의 위세가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다. 지난 11~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쇼 ‘E3’에서는 일본 게임의 ‘실종’이 화제가 됐다. 소니의 차세대 콘솔 ‘플레이스테이션4’(PS4)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 원’이 공개한 주요 타이틀이 대부분 서양 개발사들이 만든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소니, 주요작 대부분 서양게임

소니는 이번 E3 기간에 40여개의 새로운 게임 타이틀을 공개했다. 이 중 약 80%는 서양 게임으로 채워졌다. 배틀필드4(유통사 EA), 어쌔신 크리드4(유비소프트), 디아블로0(블리자드), 저스트댄스2014(유비소프트), 매드맥스(워너브러더스) 등이다.

하지만 일본 유통사의 이름을 달고 나온 게임들도 속을 들여다보면 서양 게임인 경우가 많다. 일본의 스퀘어에닉스가 출품한 ‘시프4’는 미국 매사추세츠에 있는 ‘루킹 글래스’에서 개발했다. ‘인 페이머스’는 소니가 2011년 미국 개발사인 ‘서커펀치프로덕션’을 인수하면서 이번에 소니의 이름을 달고 나왔다.

E3가 북미시장을 겨냥한 게임쇼라고 해도 일본 게임의 위상은 이전에 비해 분명히 꺾였다는 지적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일본 게임전문잡지 패미통의 다카하시 하시루는 “일본 게임이 내수 시장에만 안주해 있다 보니 해외 게이머들에게는 외면받고 있다”며 “소니 같은 일본 업체도 세계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선 해외에서 개발된 게임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니가 새로운 플레이스테이션 기기를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먼저 공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서양 게임이 영화를 보듯 화려한 그래픽과 줄거리를 자랑하는 데 비해 일본 게임은 아기자기한 그래픽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고 성공한 게임에 의존해 새로운 시도가 잘 나오지 않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일본 이용자들은 충성도가 높아 유명한 게임은 재미와 상관없이 계속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며 “파이널판타지, 드래건퀘스트, 젤다의 전설, 슈퍼로봇대전 같은 게임은 시리즈가 10편, 20편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국내도 서양게임과 경쟁 이슈

국내 게업업계도 서양 게임과의 경쟁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양에서 개발된 게임들이 국내 게임을 밀어내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게임시장 분석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미국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국내 PC방 점유율은 41.74%에 달한다. 3위 피파온라인3(5.59%), 5위 스타크래프트(3.22%), 8위 워크래프트3(2.48%), 10위 디아블로3(1.33%) 등을 더하면 절반가량이 서양 게임인 셈이다.

피파온라인3를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넥슨은 서양 게임을 국내에 도입해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지난 4월 독일 FPS게임 개발사 크라이텍과 손을 잡고 ‘크라이텍’을 국내에 내놓은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LOL을 꺾기 위해 미국 밸브의 ‘도타2’를 올해 3~4분기 국내에 출시하기로 했다.

엔씨소프트는 미국 현지에 개발 스튜디오를 세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가 해외에서 매출의 57%를 벌어들인 것도 미국 현지에서 개발한 길드워2 덕분이다. 카바인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와일드스타 역시 미국에서 호평받고 있어 올 하반기부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그동안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1인칭슈팅게임(FPS) 등 잘되는 장르의 게임만 개발하다 보니 일본처럼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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