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내 임원후보추천委 설치 … CEO 승계관리
사외이사 개인별 보수 차등 … 공시 의무화
보험·증권사 "최대주주 인사권 침해" 반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추천하는 사람을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로 참여시켜 회장이나 은행장, 사외이사 등을 선임할 때 후보추천위원회에 들어가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서다. 금융지주사 이사회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설치를 의무화해 이사회의 경영진 추천권도 강화하기로 했다. 사외이사들은 앞으로 성과에 따라 보상받고, 금융지주사는 사외이사의 개인별 보수를 공시해야 한다.
▶본지 4월20일자 A1, 5면 참조
○연기금 적극적 주주권 행사 유도
금융위원회와 금융연구원은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관련 공청회를 열고 그동안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논의해온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은 크게 △이사회의 실질적 역할 강화를 통한 경영진·이사회 간 역할·책임 재정립 △사외이사의 주주·공익대표성 강화 △시장의 감시 역할 강화로 나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기금이 사외이사 후보추천 및 주주대표 소송 참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주요 주주로 돼 있는 금융회사의 경우 어느 정도 경영에 관여토록 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정책·운영실태 등을 자세하게 담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공시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감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대형 금융회사의 주주제안권과 주주대표소송 요건도 일반 상장기업보다 완화하기로 했다. 상장회사 지분 10만분의 5 이상 보유 주주에 대해 허용됐던 주주대표소송 요건은 10만분의 1 이상으로 기준이 완화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경영 실패는 주주 손실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연기금 등 주주와 시장이 일정 부분 권한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CEO·사외이사 권한 집중 막는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을 통해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사회는 회추위를 만들거나 기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임추위로 바꿔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을 담당해야 한다. 투명한 CEO 승계 계획을 세우고 상시적으로 CEO 후보군을 관리토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CEO 승계 원칙과 후보 선임 과정은 외부에 자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그동안 회사 경영진이 주도해온 위험관리와 지배구조 정책 수립도 이사회의 권한으로 명문화된다.
CEO 등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권한 집중을 견제하는 동시에 사외이사의 권력 비대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다. 이사회는 앞으로 매년 사외이사의 재신임을 물을 수 있으며, 사외이사의 성과나 참여도 등 활동 내용에 맞는 보상체계를 만들어 이를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CEO의 독단을 막고 ‘끼리끼리 문화’로 권력을 공유해온 사외이사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맹이 빠진 대책’ 지적
이번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그동안 “관치(官治)가 없으면 정치(政治)가 되는 것이고 정치가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內治)가 되는 것”이라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확 바꾸겠다고 한 공언의 결과물이다. 금융위도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각 금융회사가 시장의 감시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별 게 없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논의돼온 예금자 대표 공익이사제나 CEO·사외이사의 임기 제한 등 강력한 규제는 모두 빠졌기 때문이다. 이번 개선안이 알맹이 빠진 ‘속빈 강정’ 같은 대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일각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과 함께 ‘관치 금융’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사외이사들이 CEO뿐만 아니라 임원까지 추천하도록 권한을 강화하면 책임경영이 사라지고 사외이사의 권력만 오히려 커질 수 있다”며 “연기금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자칫 관치금융 논란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독일처럼 경영과 감독 이사회를 분리해 경영 이사회는 경영 과정 전반을 책임지고, 감독 이사회는 CEO 등을 견제하도록 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대주주가 분명한 보험사와 증권사 들은 이번 방안이 부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증권사와 보험사 대부분은 최대주주가 뚜렷해 이들이 인사권을 행사해오고 있다”며 “이런상황에서 사외이사 권한을 강화 하는 것은 최대주주의 권한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박신영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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