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Fed)은 미국 내의 물가안정, 완전고용,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존재 이유다. 하지만 Fed에는 흔히 두 가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세계의 중앙은행’ ‘세계의 경제대통령’(Fed 의장)이 바로 그것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Fed의 위상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의미다.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지면 주요 국가들은 Fed에 시선을 집중하고, 투자자들 역시 Fed 조치에 일희일비한다. 중앙은행 의장의 말 한마디에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은 수없이 출렁댔다.
우드로 윌슨 전 미국 대통령(민주당)은 1913년 12월23일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공화당 의원들이 대부분 성탄절 휴가를 간 틈을 타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을 날치기하듯 통과시키고 서명했다. 이날이 바로 Fed 출범일이고, 올해가 탄생 100주년이다. Fed 출범 이전에는 통화감독청(OCC)이 중앙은행 역할을 했다. 당시에는 JP모건, 씨티은행 등 연방정부 산하 은행들이 화폐를 발행하고, OCC가 이들 은행의 건전성을 감독했지만 은행들의 위세는 갈수록 하늘 높은 줄 몰랐다. 윌슨이 공화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Fed 법안을 만든 것은 월가의 금융권력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컸다.
Fed의 100년 역사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 물가안정과 완전고용 사이의 줄타기로 압축된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금리를 조정하는 Fed의 핵심기구다. 금리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외압 얘기가 종종 뉴스를 타지만 비교적 독립적으로 판단해 금리를 조절한다. 18년간 Fed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재임 기간 중 외부 압력으로 결정이 뒤집힌 적은 없었다”고 회고한다. FOMC에서 오고 간 발언은 시차를 두고 모두 공개된다. 베이지북은 Fed가 매년 8회 발표하는 미국 경제동향보고서다. Fed 산하 12개 지역 중앙은행이 기업인과 경제학자 등의 의견과 지역경제를 조사·분석한 내용을 묶어 책자로 발간한다. 표지 색깔이 베이지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FOMC의 발언내용과 베이지북의 경기 진단은 금리는 물론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바로미터다.
Fed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일부에선 금융시장 교란의 중심엔 Fed가 자리한다고 주장한다. 1930년대 대공황, 2008년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도 Fed의 잘못된 통화확대 정책에 기인하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경기침체를 피하고자 무리하게 찍어낸 돈이 경기과열-붕괴의 악순환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양적완화 명분으로 엄청난 달러를 시중에 뿌린 것도 후유증이 클 것이라는 얘기다. 4, 5면에서 Fed의 100년 역사와 중심 인물들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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