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 채권단, "강덕수 회장 관리인 선임 불가"

입력 2013-06-13 18:18
지난 7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STX팬오션의 법정관리인에 누가 선임될 것인가를 두고 채권단과 경영진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표면적으로는 STX팬오션의 관리인 자리를 둘러싼 싸움이지만, 사실상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성격이어서 향후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STX팬오션 측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관리인으로 현재 STX팬오션의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유천일 STX팬오션 사장을 후보로 신청했다.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을 맡는 제도(DIP·Debtor In Possession)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강 회장의 최측근이다.







○채권단, “기존 경영진은 부실책임자”



이같은 주장에 대해 채권단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날 오전 법원에 “강 회장은 투기적인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하고 과도하게 계열사를 지원해 회사의 부실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STX팬오션 노동조합이 작성한 ‘기존 경영진의 관리인 선임을 반대한다’는 문서도 첨부했다.



채권단은 STX팬오션이 부실화된 원인으로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81척의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한 점, 무모하게 선대를 확충한 점, STX조선해양에 25척, STX다롄조선소에 18척의 배를 높은 값에 발주하는 등 회사를 계열사 지원에 활용한 점 등을 꼽고 있다. 또 강 회장 측이 ㈜STX 등 주요 계열사의 경영진이기 때문에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에 따라 채권단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관리인 후보 2명을 법원에 제안하고, 만약 반영이 되지 않을 경우 기존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않을 제3자를 선임해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강 회장 측에서는 “회사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빠른 회생을 도울 수 있는 것은 기존 경영진”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STX와 채권단의 줄다리기에 법원은 당초 오는 14일 STX팬오션의 법정관리절차를 개시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법원 관계자는 “채권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관리인 선정을 보다 폭넓게 논의하기로 했다”며 “다음주 중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웅진홀딩스 사례 참조할 듯



관리인 선임은 전적으로 법원 권한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법원이 지난해 웅진홀딩스의 사례를 참고해 관리인을 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작년 9월26일 웅진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는 계열사 극동건설과 동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법정관리 직전 웅진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정됐다. DIP제도를 활용해 관리인(회사 경영)이 되겠다는 의도였지만 채권단이 거세게 반발하자 9일만에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대신 법원은 윤 회장의 측근인 신광수 대표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되, 채권단측 인사를 구조조정 담당 임원(CRO)으로 두는 사실상의 중재안을 선택했다. 기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채권단 측의 논리가 일부 반영된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2006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도입 후 DIP 제도가 일부 경영자들이 부실 책임을 피하면서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제도로 악용된 측면이 있다”며 “기존 경영진의 권한을 다소 줄이는 방향으로 법원이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통합도산법은 경영부실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 등에 한해 현 경영진의 법정관리인 선임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STX그룹과 채권단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본 후 관리인 선임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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