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간 백은 독점권 넘겨…돌, 신제품 판매 홈쇼핑서
호주 건강식품 블랙모어스, 터키·베트남 판매도 위임
"우리 제품도 팔아달라" 글로벌 기업 구애 쏟아져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있는 P&G 글로벌 본사에선 지난달 초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로버트 그레골 P&G 글로벌 영업대표 등 이 회사 최고경영진과 GS샵 허태수 대표 등이 한국 TV홈쇼핑을 주제로 워크숍을 연 것. P&G 측은 워크숍 내내 “폭발적인 구매가 일어나는 이유는” “구매층은 누구인가” 등등 한국 홈쇼핑에 대한 질문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첫 상품은 홈쇼핑서 판매
글로벌 기업의 최고 경영진이 GS샵 대표 등을 직접 초청해 워크숍을 열 만큼 한국 홈쇼핑은 세계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신시내티 P&G 글로벌 본사를 방문한 최순택 GS샵 리빙상품팀장은 “P&G가 가장 궁금해한 것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마케팅적인 요소였다”고 말했다. 제한된 시간에 소비자의 눈길을 붙잡고 지갑을 열게 하는 비결을 궁금해했다는 것. P&G는 상품 구매를 결정짓는 요인에 대해 한국 홈쇼핑업체들이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P&G는 GS샵 경영진의 본사 방문이 끝난 뒤인 지난 5일 ‘팸퍼스 기저귀’를 GS샵을 통해 처음으로 국내에 선보였다. 팸퍼스 기저귀는 첫 방송에서 한 시간에 6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송명석 GS샵 상품기획자는 “P&G 측은 매출도 매출이지만 어떤 고객이 구매했는지, 해당 고객이 관심을 보인 다른 상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P&G는 편의점 대형마트 등으로 유통 채널을 확장할 때 홈쇼핑을 통해 얻은 마케팅 포인트를 적극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전진기지인 셈이다.
글로벌 과일 브랜드 ‘돌(Dole)’은 ‘요나나스 디저트 메이커’를 GS샵을 통해 최근 처음 출시했다. 아이스크림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제품은 방송 5회 만에 2만대 이상 판매됐다. 이강철 돌 코리아 차장은 “홈쇼핑은 고객의 반응이 즉각적이고 폭발적이어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판매 독점권도 부여
신제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정 홈쇼핑에 판매 독점권을 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 홈쇼핑사에 판매와 유통을 전담하게 하는 것이다.
호주 최대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블랙모어스’는 한국과 터키, 베트남 내 블랙모어스 판권을 CJ오쇼핑에 맡겼다. 블랙모어스는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다. CJ오쇼핑의 홈쇼핑 방송이 한국뿐 아니라 터키 베트남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CJ오쇼핑은 2010년 12월부터 블랙모어스 제품을 판매해 현재 누적 매출 385억원을 올리고 있다.
GS샵은 프랑스 패션 전문기업 보마누아의 브랜드 ‘모르간’과 ‘빠뜨리스 브리엘’의 국내 판권을 갖고 있다. 두 브랜드는 올해 1~5월 사이 GS샵 최고 인기상품 순위 1위와 4위를 각각 기록했다. 보마누아는 지난 4월 ‘까쉐까쉐’ 브랜드의 독점 판매권도 GS샵에 넘겼다.
면도기 제모기 청소기 등 소형 가전제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필립스의 주력 유통채널은 홈쇼핑이다. 전체 매출 중 홈쇼핑을 통해 팔린 게 제일 많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글로벌 기업에 물건을 달라고 사정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외국 기업들이 먼저 찾아오고 있다”며 “상품소개서를 읽는 수준의 외국 홈쇼핑과 달리 한국 홈쇼핑은 역동적이면서 판매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 외국 기업들의 관심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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