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크라우드펀딩…벤처 '새로운 젖줄'

입력 2013-06-13 17:23
수정 2013-06-16 17:14
인사이드 Story

온오프믹스, 10일만에 6600만원 모집…국내 첫 지분투자형식 활용



벤처기업 온오프믹스는 오프라인 행사를 열 때 장소 대관부터 참가자 모집, 참가비 결제 등에 이르기까지 행사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업체다. 2007년 설립된 뒤 회원 수 23만명, 월평균 행사 수 750건의 국내 최대 규모 행사관리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평소 지역기반 서비스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서울에만 몰려 있는 1인 강의나 소모임, 콘퍼런스 등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을 지방에서도 활성화시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뿐 아니라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으는 게 중요했다.

이를 위해 선택한 것이 ‘크라우드펀딩’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지분투자형식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 자금을 모으고 온오프믹스의 취지에 공감하는 파트너도 찾기로 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한 목표치 2억원의 펀딩에 열흘 만에 목표액의 30%가 넘는 6600만원이 몰렸다. 투자자 수도 42명에 달했다.

○인터넷 통해 자금조달

온오프믹스의 크라우드펀딩이 벤처업계에서 주목받은 이유는 사실상 국내 최초로 진행된 지분투자형식 크라우드펀딩이기 때문. 이번 크라우드펀딩을 중개한 오픈트레이드의 고용기 대표(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장)는 “엔젤투자자뿐 아니라 온오프믹스 이용자, 다른 분야에 투자하던 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돈을 냈다”며 “이 방식의 크라우드펀딩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뜻이 맞는 투자자나 후원자를 모으는 크라우드펀딩은 대출형·기부형·지분투자형으로 나뉜다. 지난해 크라우드펀딩으로 조달된 총 528억원 중 490억원이 대출형으로 93%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지분투자형식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고 대표는 “지분투자를 통해 보통주나 상환전환우선주를 사들여 기업을 후원하면 정기적으로 기업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기존의 대출·기부 등의 방식과 달리 창조경제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보호 등 법제화 논의도

크라우드펀딩은 벤처캐피털이나 금융권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초기 벤처기업이나 추가 자금 조달을 원하는 중소기업의 펀딩 수단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벤처기업 프로그램스의 김민석 마케팅담당은 “아이디어만 있는 벤처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빠르게 자금을 조달받아 외주로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며 “초기 단계에 이 방식으로 돈을 모으면 효율적인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크라우드펀딩 활성화를 위한 법제화 논의도 뜨겁다. 지난달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이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을 포함한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크라우드펀딩을 중개하는 사이트도 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크라우드펀딩 사업자로 구성된 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KCFPS)가 출범하기도 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 크라우드펀딩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이나 1인 기업, 개인이 자신의 사업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로부터 투자나 후원을 받는 펀딩. 모금자는 프로젝트 공개를 통한 홍보·마케팅 효과도 얻을 수 있고, 투자자(후원자)는 소액으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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