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전략 공포…아시아증시 패닉] 불지른 소방수…아베·구로다 긴급회동 후 日 증시 '팔자' 폭주

입력 2013-06-13 17:16
수정 2013-06-14 05:46
흔들리는 아베노믹스
장밋빛 성장 전략에 시장 '매도'로 복수
'주가 급락 → 엔高' 악순환으로 급반전




13일 일본 주요 신문들의 1면 기사는 비슷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아베 신조 총리가 전날 정부의 산업경쟁력회의에서 밝힌 성장전략이 핵심이었다. 10년 내 일본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6만달러로 높이겠다는 장밋빛 청사진도 다시 한번 강조됐다.

그러나 일본의 금융시장은 아베를 외면했다. 주가는 급락했고, 한때 달러당 103엔까지 갔던 엔화 가치는 93엔대로 급등했다. 알맹이 빠진 성장전략에 대한 실망이 주류였다. 이날 점심시간 무렵 아베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긴급 회동을 하고 “조만간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진화에 나섰지만 오후 들어 낙폭은 더 커졌다.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가 금융시장의 신뢰를 빠르게 잃어가는 모양새다.

○시장의 복수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로 불리는 성장전략을 처음 발표하면서 법인세 감세 등 민감한 사안은 모두 뒤로 미뤘다. 개인에게 부과하는 세금은 올리면서 기업만 특혜를 주느냐는 비판을 의식해서다. 가계살림에 부담이 되는 소비세는 내년 4월부터 두 단계에 걸쳐 현재의 두 배인 10%로 올라갈 예정이다. 아베 내각이 경제 성장보다는 다음달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를 우선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감세 방안 등은) 올가을 다시 추진한다”는 모호한 말로 비켜갔다.

11일엔 구로다 총재가 시장에 실망을 안겼다. 장기 금리가 급등하고, 주가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그는 “현시점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 나중에 필요해지면 검토하겠다”는 말로 시장의 기대를 무시했다.

기쿠치 마코토 묘조애셋매니지먼트 대표는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금융시장과 대화하려고 하지 않는 일본은행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와 구로다의 연이은 ‘실축’에 투자자들은 ‘매도’로 화답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은 시장의 이런 불만에 기름을 부은 요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분간 주가가 다시 15,000선으로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엔고와 주가 하락의 악순환 우려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이 예상되면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는 오르게 된다. 주식을 사기 위해 환전하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일본 금융시장에서는 주가 상승과 엔화 가치 하락이 맞물리는 색다른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베노믹스로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주식 매입과 동시에 외환 선물시장에서 엔화 매도 주문을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엔저·주가 상승’ 패턴은 이어졌다.

최근 들어 시장이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이런 구도는 180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양상이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기업 실적 악화를 우려해 주식시장에 매도 주문이 쏟아졌고, 주가 하락은 다시 엔고를 부추기는 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일본 수출기업들도 엔고를 조장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모로가 아키라 아오조라은행 애널리스트는 “엔저 기조가 흔들리면서 2분기 결산을 앞둔 일본 수출기업들이 이익을 확정하기 위해 서둘러 달러 수출대금을 엔화로 환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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