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오른팔'…알고보니 28세 여성

입력 2013-06-12 17:14
수정 2013-06-13 02:23
4개 자회사 회장 트레이시 브릿

하인즈 등 인수전 핵심 역할


‘버핏의 오른팔은 28세의 여성.’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오른팔이 모습을 드러냈다. 버핏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수행하고 있는 이 인물은 상사와 50살 이상 차이나는 시골 출신 여성 트레이시 브릿(사진)이다.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의 내부 인물은 지금까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왔다. 만 82세인 버핏의 후계 구도에 각종 설이 난무했던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브릿이 버핏의 하인즈와 버거킹 인수전 등 주요 계약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벅셔해서웨이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고위 인물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인즈 인수가는 230억달러로 2010년 이후 버핏이 주도한 가장 큰 규모의 인수전이었다. 버핏은 지난달 오마하에서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브릿은 모든 종류의 일을 잘 다룬다”고 칭찬했다.

브릿은 캔자스주 맨해튼시 외곽의 가든 에이커스에서 태어나 농장일을 하며 자랐다. 학부 시절 인턴으로 일하던 85브론즈에서는 주식을 매입해보라는 과제가 주어지자 다른 학생들이 블랙베리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RIM)을 사들인 반면 그는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나 립톤 등 버핏이 좋아할 만한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브릿은 2009년 버핏을 만나기 위해 오마하로 갔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건 MBA 졸업장을 포함한 빛나는 이력서와 그의 출신 지역을 상징하는 옥수수와 토마토. 재치와 열정이 넘치는 면접 직후 벅셔해서웨이에 합류한 그는 입사 초반 버핏의 재무 담당 비서로 일했다. 4년 뒤부터는 버핏의 눈에 띄어 중책을 맡기 시작했고, 현재 4개의 자회사 회장직에 올라 있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는 건설업체 존맨빌과 페인트 제조사 벤저민무어그룹 등이다.

브릿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일은 버핏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연결해주는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버핏은 투자사들에 간섭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CEO들은 버핏의 경험과 노하우를 듣고 싶어한다. 그 역할을 브릿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주총 때 처음으로 CEO들의 라운드 테이블을 주선한 것도 브릿의 아이디어였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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