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기술 부족 질타…모델 확대도 강하게 주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하이브리드카(휘발유·전기 혼용차) 사업 부진을 강도 높게 질책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한 경쟁사들에 비해 뒤늦게 하이브리드카 시장에 뛰어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판매량이 지나치게 저조하다는 점에서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달 27일 계열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왜 하이브리드카 사업을 이것밖에 못 하느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양웅철 연구개발 담당 부회장과 권문식 연구개발본부 담당 사장 등 관련 최고경영자(CEO)가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최대한 빨리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두 시간 남짓한 회의 시간 중 40분을 하이브리드카 사업 점검에 할애했다”며 “‘격노’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질책의 강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정 회장의 지적은 한마디로 ‘왜 도요타처럼 못 하느냐’는 것이다. 도요타는 1997년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양산모델인 프리우스를 내놓은 이후 지금까지 522만대를 팔았다. 지난해에만 렉서스를 포함해 122만여대의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해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의 75%를 차지했다. 2011년(63만여대)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반면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카 시장 공략은 더디다. 2009년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포르테 하이브리드 양산모델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10년 6349대, 2011년 2만9611대, 작년 5만7359대를 파는 등 판매량을 늘려왔지만 도요타와는 격차가 크다. 제품 라인업과 기술력도 뒤진다. 도요타는 렉서스를 포함해 30여종이 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현대·기아차는 아반떼·포르테·쏘나타·K5 등 4개 모델만 내놨다.
현대차는 연비에서 도요타를 거의 따라잡았다고 설명하지만 갈 길이 멀다. 중형차인 2013년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연비는 16.8㎞/ℓ로 도요타의 캠리 하이브리드(16.4㎞/ℓ)와 엇비슷하지만 소형·준중형급의 차이는 여전하다. 도요타 프리우스의 연비가 21.0㎞/ℓ인 데 비해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14㎞/ℓ에 불과하다.
정 회장의 대책 마련 지시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좀 더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수소연료전지차에 집중해왔다.
하이브리드카는 도요타 등 일본차가 선점했고, 전기차는 아직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06년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를 선보였다. 지난 2월에는 세계 최초로 울산공장에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양산라인을 갖추고 2015년까지 1000대를 판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수소연료전지차는 대당 가격이 1억5000만~2억원으로 비싸고, 수소충전 인프라가 거의 없어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게 한계로 꼽힌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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