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투모로우 모닝', 결혼·이혼 하루 앞둔 두 커플의 좌충우돌

입력 2013-06-10 17:16
수정 2013-06-11 04:56
Review -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


‘결혼과 이혼을 하루 앞둔 두 커플의 이야기’라는 간략한 작품 설명을 듣고는 고만고만한 감동과 재미를 주는 로맨틱 코미디려니 했다. 서로 옥신각신하고 티격태격하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줄거리, 대사 위주로 전개하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적당히 감미롭거나 애절하거나 코믹한 노래가 섞이는 형식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객석에 들어서며 흔하디흔한 소재와 장르적 특성이 주는 고리타분함을 각오했던 마음은 막이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희미해지고, 점점 드러나는 작품의 비범함에 완전히 사라졌다.

서울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투모로우 모닝’은 뛰어나고 완성도 높은 로맨틱 뮤지컬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다.

기획·제작사인 ‘창작컴퍼니다’는 조광화(예술감독) 이성원(연출) 구소영(음악감독) 정승호(무대디자인) 권도경(음향디자인) 등 정상급 제작진과 영국 작가 로런스 마크 와이드의 빼어난 원작으로 소극장 뮤지컬의 묘미와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는 공연을 만들어냈다.

무대 연출부터 독창적이다. 사다리꼴 모양의 무대에는 침대와 소파, 책상이 병렬로 늘어져 있고 뒤편에는 네 개의 현관문이 나란히 있다. 각각의 문으로 내일 결혼하는 커플인 존과 캣, 내일 이혼하는 부부인 잭과 캐서린이 빈번하게 드나든다. 무대는 각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의 침실이나 거실, 서재가 된다. 등장인물의 드나듦으로 시공간이 바뀐다.

때로는 한무대에서 각 커플의 서로 다른 시공간이 함께 펼쳐진다. 장면 전환 때 극의 흐름을 끊어 놓는 세트 이동이나 암전(극장을 완전히 어둡게 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연극적 재미는 충분히 살린 연출이다. 이런 방식으로 젊은 커플의 결혼식 전날 설렘과 고민, 불안감과 결혼 10년차 부부의 이혼 전날 후회와 두려움이 사실적이고 밀도 있게 그려진다.

솔로와 듀엣, 삼중창과 사중창 등이 120분간 끊임없이 이어지며 대사보다는 노래 중심으로 극이 진행된다. 소극장 뮤지컬치고는 음악 수준이 상당히 높고 노래도 부르기 어려운 곡들이다. 그런데도 이야기가 무리 없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노래와 극의 ‘궁합’이 잘 맞아떨어지는 데다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와서다. 번역극뿐 아니라 창작극을 통틀어 이만큼 가사 전달이 잘되는 뮤지컬은 찾아보기 어렵다. 각색과 한국어 가사는 정영 작가의 솜씨다.

무대를 완성하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다. 이석준(잭) 최나래(캐서린) 정상윤(존) 임강희(캣) 등 출연진은 공연 초기인데도 쉽지 않은 곡들을 라이브 연주에 맞춰 무난하게 소화하며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9월1일까지, 5만5000~6만5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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