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코리아 창조포럼 2013] "과학고 → 명문대 → 대기업…이공계 인재 획일화된 진로 벗어나자"

입력 2013-06-10 17:05
수정 2013-06-11 01:52
스트롱코리아 2020 보고서

창조경제 시대엔 융합형 인재가 절실
행복한 일자리 만들어야 벤처에 사람 몰려
대학서 기업가정신 가르쳐 창업 북돋아야




회사 지하에는 근무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 있고, 1층에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키즈룸이 갖춰져 있다. 1층 카페에서는 정규직 직원인 바리스타가 커피까지 만들어준다. 근무는 주 35시간이면 충분하다. 직원들은 오전 10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면 퇴근한다.

‘스트롱코리아 2020 보고서’ 연구팀이 창조경제 시대의 롤모델로 꼽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제니퍼소프트 얘기다. 이 회사 직원은 30여명에 불과하지만 복지 혜택은 어떤 기업보다 파격적이다. 그러면서도 최근 연평균 20%가 넘는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연구팀은 기업가 정신 고취, 지식창조 인력 양성과 함께 제니퍼소프트처럼 직원들의 삶을 중시하는 행복한 일자리 창출을 스트롱코리아를 위한 3대 제안으로 내놓았다.

○행복한 일자리 늘리는 도전

제니퍼소프트는 매출 규모가 100억원도 되지 않는 작은 회사다. 일반 기업이 이 같은 복지 제도를 따라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연구팀이 이 사례를 주목한 이유는 복지가 아니라 창조경제 시대의 가치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제니퍼소프트 사례에는 보고서가 제안한 기업가 정신, 지식창조, 행복한 일자리 등 3대 제안이 모두 담겨 있다.

이원영 제니퍼소프트 대표는 2005년 안정적인 대기업 자리를 버리고 창업에 도전했다. 인터넷 트래픽 발생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무형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회사가 안정된 매출을 올리게 되자 외형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직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즐겁게 일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 도전한 것.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위원)는 “NHN, 다음, 엔씨소프트 등 1990년대 등장한 벤처기업들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을 불어넣는 성공 모델이 되기에는 2%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며 “청년 창업이 선순환을 이루게 하려면 제니퍼소프트처럼 행복한 일자리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 사례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에 창업트랙 설치
연구팀은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이 창업 등 다양한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학문을 연구하는 기존 교육 과정과는 별도로 대학 내 창업트랙을 신설할 것도 제안했다. 취업, 학업 외에도 창업이라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그동안 ‘브레인코리아(BK) 21’ 사업을 통해 대학 내 우수 연구인력을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학문을 강조하는 기존 교육 과정에서는 논문 실적이 가장 중시될 수밖에 없었다. 대학원생의 창업을 담당 교수가 반길 수 없는 것도 이런 평가 지표들 때문이다.

청년들이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창업 프로젝트 실무를 익히게 하려면 창업과 기술 사업화 경험을 갖춘 별도의 교수진이 주도하는 ‘스트롱코리아(SK) 플러스(가칭)’ 창업트랙이 필요하다는 게 보고서팀의 결론이다. 배영찬 한양대 입학처장(화공생명공학과 교수)은 “명문고, 명문대학을 거쳐 대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 안정적 직장만을 찾는 이공계의 획일화된 성공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창업을 활성화하기 어렵다”며 “창업트랙에서는 기업 경험을 갖춘 별도의 교수진이 새로운 평가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트롱코리아 2013 자문단에 참여한 경제단체장, 국회의원, 기업 최고경영자(CEO), 대학 총장, 정부 출연연구원장 등 정·재계와 과학계 리더 43명도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창조경제 시대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았다.

한국 청년들에게 부족한 자질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도전정신(25.6%)을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창의성(18.6%)이라고 응답했다. 배 처장은 “기업가정신 교육은 국가의 경제 발전과 고용 창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산업계의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 스트롱코리아

한경의 스트롱코리아 캠페인은 2002년 ‘가자~ 과학기술 강국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발했다.

2011년에는 ‘과학기술 인재 10만명 키우자’는 시즌2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시즌3는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춰 과학기술을 통해 행복한 일자리를 만들자는 ‘창조경제로 일자리 빅뱅’을 주제로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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