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뱅가드 매물 압박 사라져…삼성전자·LG화학 '주목'
올들어 국내 주식시장은 전형적인 박스권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속을 들여다보면 업종별 종목별로 순환매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제약·바이오, 음식료, 정보기술(IT), 우선주 등이 시차를 두고 시장을 한동안 주도했다가 가라앉았다. 2011년 이후 시장을 이끌던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이나 ‘전·차(전기전자, 자동차)’ 등 뚜렷한 주도 업종이 부각되지 않은 때문이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이 꼽고 있는 다음 ‘타자’는 경기민감 업종이다. 정유화학 조선 해운 철강 등이다. 상반기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에 주가에 부담이 없다. 과거 시장을 평정했던 ‘추억’도 있다. 최근에는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경기가 돌아서면 우선 이들 업종 수요가 늘어 실적 개선이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뱅가드의 매물 압박에서 다음달이면 벗어나는 만큼 그동안 뱅가드로 인해 수급이 꼬였던 대형주 반등이 기대된다. 지난 1분기 ‘어닝 쇼크’ 속에서 비교적 선전한 기업들도 관심이다.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실적 가시성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 프리미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경기민감주 “드디어 내 차례”
경기에 따라 실적과 주가가 곧바로 반응하는 경기민감주는 상반기 내내 시장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경기 회복 조짐은 있었지만 아직 시기상조란 분석이 많았다.
업황 악화가 이어지면서 기초체력이 바닥난 기업들은 잇달아 무너졌고 경기민감주에 대한 우려를 더했다. 건설 및 태양광으로 사업을 확장하다가 그룹이 해체된 웅진, 조선해운 쪽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집중했다가 업황이 안 좋아지자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된 STX그룹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난달 이후 경기민감주에 ‘러브콜(매수)’을 보내는 증권사들이 부쩍 늘었다. 상대적으로 과열 양상까지 보였던 코스닥이 상승 랠리를 멈추자 대형주, 그중에서도 경기민감주로 투자자들이 옮겨갈 것이란 기대까지 생겼다.
○외국인 컴백 기대감이 자극
경기민감주가 오를 것이란 근거는 무엇보다 수급이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난달 중순 이후 매수세로 바뀌자 시장에선 외국인이 돌아올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비록 지난 7일 9000억원 넘는 대규모 외국인 매물이 나오긴 했어도 외국인은 추세적으로 지난달 14일 이후 매수세를 이어오는 중이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3주간 외국인은 IT, 화학, 서비스, 운수장비, 건설 등 경기 민감업종을 사고 전기가스, 음식료, 보험업종을 팔았다”면서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면 매수 업종을 추가로 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인 박완필 대표도 “뱅가드 물량이 청산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수급이 개선되고 엔저 압박이 완화되면 수출주 중심으로 주도주가 부각될 것”으로 점쳤다.
○2차전지, 디스플레이주 주목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고 실적 안정성이 큰 LG화학 등 2차전지 및 디스플레이 소재 기업들은 저가매수 시점이란 분석이다. 박 대표는 “스마트폰과 아몰레드(AMOLED) 등의 분야에서 한 단계 레벨업을 시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주목한다”고 했다. 이 밖에 2차전지 부문에서 미국 테슬라의 도약으로 주목받고 있는 삼성SDI, 2차전지 관련 중소형주인 파워로직스 에코프로 등도 추천했다. 강호 안인기 대표는 조선주 중 삼성중공업을 추천했다. 셰일가스 등 에너지 분야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쪽이 호황을 나타내고 있고 외국인과 기관 등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비해 초심 박영수 전문가는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혜택을 봐 올 들어 주가가 크게 오른 SK하이닉스를 유망주로 꼽았다. 중국 전자제품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가 꾸준하고 수급상 외국인 매수종목이라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뱅가드 물량 턴 종목 찾기
다음달부터는 시장을 꾸준히 압박했던 뱅가드 물량이 사라지는 만큼 뱅가드의 매물 압박에서 벗어난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주로 대형주인 만큼 시장 전반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세계 3대 자산운용사인 뱅가드는 작년 말 상장지수펀드(ETF) 벤치마크를 MSCI에서 FTSE로 바꾸면서 이머징 시장으로 분류됐던 한국 주식 9조원어치를 올 들어 계속 팔고 있다. FTSE에서는 한국이 선진 시장에 속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대부분이 소진됐고 1조7000억원어치가 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잔여 물량의 매도 시한은 다음달 3일이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뱅가드 매물 목록에 포함돼 있었던 종목과 제외된 종목 간 수익률 격차가 무려 20%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뱅가드 매물이 끝나면 대형주 반격을 기대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뱅가드 매도 이후 주가수익비율(PER)이 하락했고 △최근 한 달 뱅가드를 제외한 외국인이 매수했으며 △뱅가드 매물이 80% 이상 소진된 종목을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SDI 현대제철 GS 제일모직 등을 꼽았다.
한지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뱅가드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 중 올 2, 3분기 실적이 좋다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산업 대림산업 한화 LG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롯데쇼핑 SK C&C LG유플러스 삼성증권 한전기술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됐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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