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다시, 기업가 정신을 생각한다

입력 2013-06-06 17:05
수정 2013-06-07 06:43
조일훈 경제부장 jih@hankyung.com


좋은 생각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밀한 계산과 타격이 필요하다. 촌각의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연습을 거듭하는 곡예사들처럼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대폭발의 임계점을 1993년에 맞췄다.

그는 1987년 그룹 회장 취임 이후 5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렸다.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아래서 20년이나 경영수업을 받은 터였다.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어도 아버지가 다져놓은 경영구도를 일거에 허물 수는 없었다. 더욱이 그는 질서와 효제를 중시하는 유교적 세계관 속에서 자라났다. 그렇게 오랜 기간을 참으며 가다듬었던 개혁구상들이 일거에 분출된 것이 신경영이었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

1993년 6월7일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선언 역시 내부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한 타이밍의 전략적 설계였다. ‘3만명이 만들고 3000명이 고친다’는 이 회장의 한탄대로 제품 불량은 뿌리 깊은 것이었다. 삼성전자 세탁기는 처음부터 부품 규격이 맞지 않았다. 종업원들은 칼을 잡고 있었다. 불쑥 튀어나온 표면을 깎아내기 위해서였다. 이런 모습이 삼성 사내방송(SBC)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삼성전자 중역들은 방영 일정을 사전에 알지도 못했다. 국내 대표기업이라는 착각과 우물 안 신화의 종말이었다.

이날 프랑크푸르트의 유서 깊은 호텔 캠펜스키에 문제의 방송테이프가 방영되자 좌중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 회장은 “내가 그렇게도 질경영을 강조했는데 변한 게 고작 이거냐”며 “사장들과 임원들 전부 여기로 집합시켜라”고 대로했다. 그는 더 이상 시간이 없다며 독려하고 질타하고 때로는 설득했다.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생존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7년일 뿐이라고 절절하게 호소했다. 이 회장은 급기야 “앞으로 5년간 이런 식으로 개혁드라이브를 걸겠다”며 “그래도 안 바뀌면 내가 그만두겠다”고 폭탄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가 일어났다. 삼성은 20세기 전통 제조업과 21세기 첨단산업을 이으며 양 세기에 걸쳐 가장 극적인 성공을 일군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샤프 노키아 에릭슨 모토로라 애플 등 수많은 강자들이 명멸해갔던 비즈니스의 정글에서 부품과 세트사업을 동시에 석권하는 이정표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삼성은 도무지 멈출 줄 모른다. 2006년 TV 세계 1위, 2012년 휴대폰 세계 1위 등극에도 승리를 자축하는 파티는 없다. 이 회장은 대신 “5년, 10년 뒤에 지금 삼성을 떠받치고 있는 모든 사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내뱉고 있다.

"기업가의 본질은 끝을 보는 것"

이 회장이 1993년에 쏘아 올린 신경영은 이제 ‘흘러간 옛 노래’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을 넘어 지구촌 곳곳에 부려 놓은 도전과 혁신의 정신만은 그 전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발화-불꽃-폭발-화염의 단계를 거쳐 무수한 성공과 실패의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응축된 하나의 힘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시장을 뒤덮는 창의성과 역동성으로 무한 팽창을 거듭해가고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국 기업가 정신의 요체이기도 하다. “기업가의 본질은 끝을 보는 것”이라고 했던 이 회장의 인생관 그대로다.

조일훈 경제부장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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