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심층 진단] "삼성전자, 스마트 가전 통한 성장세 지속될 것"

입력 2013-06-06 14:59
수정 2013-06-06 16:48
소현철 <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장 johnsoh@shinhan.com >

프리미엄 제품으로 트렌드 선도…UHD 등 차세대 TV 개발 박차
북미 냉장고 시장 선두 차지…글로벌 유통망 확대가 관건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은 2000년대 초만 해도 반도체사업부에 쏠려 있었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들이 세계시장에서는 ‘2류 브랜드’로 홀대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당시 삼성전자는 미국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를 통해 프리미엄급 가전제품 판매를 본격화했다. 이후 북미와 서유럽, 아시아 등 세계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휩쓸기 시작했다. 기술 혁신과 과감한 판매전략을 바탕으로 한 삼성전자의 성장세는 ‘스마트 가전’ 시장의 확대로 더욱 탄력받고 있다.

○올해 TV 시장 30% 장악

2005년 삼성전자는 32인치와 40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각각 1500달러, 3000달러에 선보이며 기존 강자였던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1위 TV업체로 올라섰다. 특히 와인 색깔을 입힌 ‘보르도’ LCD TV는 세계 TV 시장의 디자인 혁신을 주도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선진국 소비자들에게 삼성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에는 패널 테두리에 발광다이오드(LED)를 탑재한 ‘에지형’ LED TV를 내놓아 LED TV 대중화를 선도했다. 경쟁업체 어디도 에지형 상품을 개발하지 못해 삼성전자 LED TV는 불티나게 팔렸다. 2009년 4분기 삼성전자 영상사업부(VD)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0% 이상 증가한 2조9000억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8.8%였다. TV 제조업체가 기록하기 힘든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또 신흥국 시장의 브라운관(CRT) TV 대체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작년 LED 칩수를 획기적으로 줄인 중·저가 직하형(패널 뒤쪽에만 LED를 탑재) TV를 개발, 32인치 제품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아울러 모듈과 세트를 통합 생산해 LED TV 패널의 원가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중국 경쟁업체들의 진출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거뒀다.

덕분에 작년 4분기 삼성전자 VD 사업부는 영업이익 7000억원, 영업이익률 5%를 달성했다.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거의 이익을 내지 못한 것과 대비되는 실적이다. 올해는 프리미엄급 제품 판매를 늘려 TV 시장점유율 3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TV 시장 준비

2011년 이후 글로벌 TV산업 매출액은 110조원대에서 정체됐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죽어가는 일본 TV 제조업체들을 살리기 위해 2014년부터 초고화질(UHD) TV 방송을 시작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미래창조과학부가 2014년 하반기 UHD TV 시험방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스마트 TV 판매도 그동안의 콘텐츠 부족 문제가 점차 해소되면서 판매에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은 유료 TV 방송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보조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스마트 TV 생태계 개선, UHD TV 방송, TV 보조금 지급 등 글로벌 TV 산업의 지각변동이 시작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TV, UHD TV,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바탕으로 차세대 TV 시장 패권을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올 들어 일본 샤프 지분 3%를 사들였다. 60인치 이상 대형 UHD LED TV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포석이다.

스마트 TV 시장에선 음성인식, 동작인식 등 인공지능 기능과 콘텐츠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 TV 콘텐츠는 2010년 100개에서 200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스마트 TV 콘텐츠 플랫폼인 ‘스마트허브(Smart Hub)’를 통해 케이블과 위성 수신기를 제어할 수 있는 ‘온(On) TV’ 기능도 선보였다. 온 TV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TV 프로그램 목록을 보여주고 취향과 시청 패턴을 기본으로 프로그램을 추천해주는 혁신적인 기능이다

○글로벌 유통망 강화해야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누계로 북미 프렌치도어 냉장고(냉동실이 아래에 있는 냉장고) 시장에서 월풀 등 경쟁업체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23.2%로 1위를 차지했다. 양문형 냉장고 시장에서도 33.4%로 점유율 1위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장벽은 여전히 많다. 북미 전체 생활 가전시장에서 월풀이 여전히 40% 이상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일렉트로룩스, 보쉬 등 현지 가전업체의 시장지배력이 크다. 먼저 신경 써야 할 일은 유통망 확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미국 최대 건축자재·가전 유통업체인 홈데포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담당 사장은 2015년까지 TV에서 10년 연속 글로벌 1위, 생활가전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스마트 TV, 스마트 생활가전 통합을 통해서 개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긍정적인 사용자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소현철 <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장 johnsoh@shinhan.com >


▶ 에너지 효율 높이고 친환경 포장…삼성 생활가전 혁신 코드는 '그린'

▶ [명사와 떠나는'갤럭시 노트 8.0'독서여행] "손안의 작은 도서관…다음 여행땐 세계 어린이들에게 책 읽어 줄래요"

▶ [인터뷰] 윤부근 삼성전자 CE 부문 사장, "소비자 불편 파악 위해 집에서 세탁기 꼭 돌려봅니다"

▶ [가전산업 업황 및 전망] 美 주택경기 회복으로 수요 확대…엔화 약세 타격도 적어

▶ [Best Practice] 아사히야마 동물원, "펭귄이 머리 위로 날고, 염소 만져 보고"…뻔한 동물원을 버렸다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