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2000시대 이끈다 2]'펀 경영' 주원 KTB 대표 "기업발굴·IB강화…'창조경제' 발 맞출 것"

입력 2013-06-06 13:57
수정 2013-06-07 08:34

코스피 지수가 또 다시 2000선 아래로 내려오는 등 증권업황이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펀 경영'을 내세워 탄탄한 실적을 일군 증권사가 있다. 바로 KTB투자증권이다. 2009년 3월 취임 이래 5년째 KTB투자증권을 이끌면서 증시 활황 재현에 앞장서고 있는 주원 대표(50·사진)를 지난 5일 만났다.

◆ 이색 '펀 경영'…KTB투자증권 '승승장구' 이끌어

벽면을 두른 미술품, 책장 한 켠에 무리를 지어 꽂혀 있는 미술 도서, 특별제작한 받침대 위에 놓인 1000쪽에 달하는 'The Art Museum' 양장본. 이 단서들만으로는 증권사 CEO 사무실을 연상하기 어렵다. 보수적인 증권사 CEO를 그렸지만 선입견은 일거에 무너졌다.


"펀(Fun)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서 만들어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주원 KTB투자증권 대표의 감성에 중점을 둔 인생·경영 철학은 인터뷰 내내 읽혔다.

주 대표는 업계에서 펀 경영 전도사로 불린다. KTB투자증권 직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주 대표를 복도에서 마주치면 '밥 사달라'고 조른다. 펀 경영을 강조하는 주 대표는 직원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상을 나눌만큼 가깝다.

주 대표는 "직원이 즐거워야 고객을 대할 때도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펀 경영을 통한 차별화는 KTB투자증권의 잠재력이다. 전국 8개 지점에서도 이러한 잠재력은 엿보인다. 고급 대리석으로 무장한 타 증권사들의 VVIP지점과 달리 KTB투자증권 강남지점은 회벽 위에 대여한 미술품을 걸어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움을 연출했다. 비용은 타 증권사 대비 5분의 1 수준인 4억원 가량만 썼다. 펀 경영에 기반을 둔 발상의 전환이 차별화를 이끌어냈다.

펀 경영은 마케팅에서도 도드라진다. KTB투자증권은 LG트윈스 야구단과 제휴를 맺어 잠실야구장 내 KTB존을 별도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2대2 미팅을 주선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편다.

주 대표의 펀 경영 실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애널리스트 리포트에는 만화를 끼워 넣었다. 딱딱하기 만한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참신한 변화를 시도한 것. 가벼워 보인다는 우려도 있었다. 애널리스트와 신경전 끝에 리포트 말미에 만화를 삽입하는 걸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일련의 활동을 통해 고객들에게 KTB투자증권에 대한 이미지를 즐겁게 투자할 수 있는 증권사로 각인시켰다. 주 대표는 "너무 가벼워 보인다며 거부감을 표시하는 고객들도 있지만 참신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라고 평가했다.

펀 경영은 KTB투자증권에 녹아들어 이 회사의 성장 동력이 됐다. 지난 회계연도(2012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 KTB투자증권은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28억원으로 전년대비 6.3% 증가했다. 업황 침체로 거래대금이 급감하며 대부분 증권사 실적이 곤두박질 쳤던 데 반해 KTB투자증권은 호실적을 일궜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8.8%, 58.4% 늘어난 5844억원, 149억원을 기록했다.

◆ '블랙먼데이' 경험한 25년차 증권맨, 올해 IB에 집중…'창조경제' 발 맞출 것

KTB투자증권 대표란 직함을 단 지 5년째를 맞는 주 대표는 증권가에서만 25년을 보냈다. 주 대표가 처음부터 '증권맨'을 꿈꿨던 건 아니다. 주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광고전문가의 꿈을 품고 뉴욕대 경영전문대학원(MBA)으로 향했다.

주 대표가 유학생활을 시작한 1987년 '블랙먼데이' 사태가 터졌다. 전 세계 이목이 쏠리면서 금융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월스트리트 인근에 위치한 뉴욕대에서 학업을 이어가던 주 대표는 블랙먼데이를 겪으면서 금융전문가로 진로를 틀었다.

주 대표가 뉴욕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동안 대한민국 증시는 호황기였다. 1987년부터 1988년까지 서울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증시도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주 대표가 귀국하던 1989년은 솟구쳤던 증시 거품이 빠지며 주식시장이 침체기로 돌아섰다. 주 대표는 신한금융투자의 전신인 쌍용증권 채권부에 입사했다.

주 대표가 몸을 담고 있는 동안 증권업과 주식시장은 계속 덩치를 키웠다.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몇 년간은 침체기였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민 기준에 맞춰 시장을 개방하면서 주식시장은 선진화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

주 대표는 "국내 증권업도 선진시장에 진입했다" 며 "해외진출 등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자본금을 갖춘 대형증권사는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야하고, 중소형 증권사는 전문성에 바탕을 둔 특화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KTB투자증권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올 초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코어비즈(Core-Biz)와 이노비즈(Inno-Biz) 리서치 체제로 개편했다. 이노비즈를 신설해 새정부의 중소, 중견기업 지원 및 육성정책에 맞춰 투자유망 혁신형 기업을 선정해 정기적으로 분석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정보기술(IT), 바이오, 핵심소재 및 부품, 엔터테인먼트 등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과 전통기업 중 사업 모델 전환을 통해 성장성을 확보한 턴어라운드 기업, 기업공개(IPO) 이전 단계에 있는 기업 등을 발굴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투자은행(IB) 전문성 강화를 위해 IB인력 30여 명도 충원했다. '기업이 영위하는 비즈니스별 맞춤형 IB 서비스 제공'과 '중견기업 특화 IB 서비스 구축'을 목표로 세우고 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주 대표는 전문성을 갖춘다는 것은 하나만 잘하는 것이 아닌, 기본적으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특화된 분야를 갖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TB투자증권도 중소형 증권사로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전문성 강화에 힘을 쏟겠다는 얘기다.

새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에서 벗어나 벤처기업·중소기업 위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 현재 한국경제에 효과적일 것이란 의견이다.

KTB투자증권의 전신인 한국종합기술금융 때부터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업무를 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서 KTB투자증권도 강점을 보일 수 있다는 게 주 대표의 전망.

주 대표는 "새 정부의 창조경제, 중소기업 지원·육성과 궤를 같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 증권업계 살리려면…인위적 구조조정보다 규제 완화가 필요

주 대표는 시대변화에 따른 패러다임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업계를 인위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옥죄는 데는 반대한다.

주 대표는 일본을 예로 들었다. 일본 증권사는 300개. 그에 반해 국내 증권사는 62개다. 일본 증시 시가총액은 올 3월 기준 3조8000억 달러, 국내 증시 시가총액이 1조1600억 달러 수준이다. 주식시장 규모에 비해 국내 증권사 수가 많지 않다는 것.

국내 증권사가 난립해 과다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건 편협한 결론이라는 얘기다. 증권사 구조조정에 열을 올릴 게 아니고,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제한하는 규제를 푸는 게 효율적으로 증권업계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 대표는 증권사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주문했다. 하던 그대로 하는 '답습'에서 벗어나 '창조'라는 키워드를 입혀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 대표는 강조했다.

증권업계는 올 한 해 큰 변혁을 맞게 될 거라고 운을 뗀 주 대표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며 "증권업계도 창조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업계 전체가 퇴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 대표는 "증권업계 전체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해외진출, 창조경영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패러다임을 전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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