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는 여성 참여가 관건
18%에 불과한 女시간제 늘리려면 근무형태 차별 않는 인식이 먼저
문형남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새 정부는 소위 일자리 ‘늘지오’(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린다) 정책을 통한 고용률 70% 달성을 국정목표로 삼아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으로 진입시키겠다는 의욕적인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고용률 70%는 무엇보다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관건이다. 가정과 자녀교육의 주체이기로 한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 바로 ‘시간제 일자리’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시간제 일자리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15~64세 기준)은 2012년 기준 5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이다. 특히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여성의 고용률은 2010년 기준 60.1%로 독일(82.8%), 미국(76.2%) 등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친다.
그동안 결혼·출산·육아의 부담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했던 여성들이 가정을 보살피면서 직장생활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창출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기간 제한 없이 고용을 보장하고 시간당 급여는 물론 사회보험 및 사내복지 적용, 승진 등에까지 일반 정규직과 차별없이 보장하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근무체계 개편, 시간제 직무개발 등의 컨설팅도 제공해 왔다. 뿐만 아니라 사업주가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에 근로자를 채용해 3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하는 경우 근로자 인건비의 일부(신규 고용된 시간제 근로자 1명당 최대 월 60만원, 1년간 지급)도 지원했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위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사업이 자리잡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충북 청주의 한 병원에서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간호사를 시간제 근로자로 채용했으나, 6개월 이내에 70%가 퇴사했다고 한다. 한 간호사는 동료들이 같은 일을 하는 자신을 ‘아르바이트생’이라며 수근대는 바람에 근무할 의욕이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시간제 일자리가 정착하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가면 갈수록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고용양태를 ‘선악’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가 일과 가정을 병립할 수 있는 좋은 취업방안이고, 전일제 정규직과 차별이 없도록 보장한다고 하는데도 우리는 아직 전일제 정규직은 ‘선’이며 시간제 근로자는 ‘악’이라는 대칭적 개념에 고착돼 있다.
유럽 선진국가의 고용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한국이 시간제 일자리 정책의 모델로 삼고 있는 네덜란드는 남녀 전체 근로자의 37.1%가 시간제이며 담당 업무도 전문직 및 사무직, 서비스직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여성의 시간제 근로자 비율도 네덜란드가 60%, 영국이 40%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18%에 그치고 있다. 이웃 일본은 가정주부의 80% 가까이가 시간제로 서비스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가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어서’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한다고 하는 답변이 38.8%로, ‘정규직으로 일할 수 없어서’의 22.5%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급여에 대한 개념도 바꿔야 한다. 급여를 ‘월급’이 아니라 ‘시간급’으로 계산하고, 급여가 자신이 제공한 노동의 양(근로시간)과 질(실적·생산성)에 대한 대가라는 근본원리가 정립돼야 한다. 한국은 아직도 급여라고 하면 월급을 생각하고 단순하게 월급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근로의 선악을 따진다. 우리 사회에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된 비정규직 문제 자체가 바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란 원리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제 근로이든 전일제 근로이든 제공한 노동력의 양과 질이 같으면 동일한 급여를 지급해야 하고, 그것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시간제 근로는 기본적으로 급여가 생활자원이라는 차원에서는 적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확실하게 적용되고 그것이 당사자에게 인식돼야 한다.
이런 조건과 사회적 인식이 보편화될 때 기업도 필요로 하고 근로자에게도 편리한 ‘시간제 근로’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문형남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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